‘정보 삭제’ 재활용 IT자산만 25만개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 [SK에코플랜트 제공]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TES)의 IT 자산처분서비스(ITAD) 전용 공장.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3700㎡(약 1100평) 면적의 공장에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들로 채워진 수백 개의 박스가 쌓여 있었다. 공장 직원들은 기기 속 정보를 지우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ITAD는 노트북,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장비의 메모리 장치 등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완벽히 파기한 후 IT 기기의 재사용·재활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IT 자산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ITAD 공장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IT 기기 속에 저장된 메모리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객사들에 알려주기 위해서다.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ITAD 사업은 많은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기기를 직접 처리하는 대신 테스와 같은 기업에 위탁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고객사들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확보한 덕분에 라스베이거스 ITAD 공장은 연간 25만개의 IT 자산을 처리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직접 박스에 있는 전자기기를 꺼내 작업을 진행하는 등 대부분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그는 “작업 과정의 자동화를 위해 두산로보틱스 등 협동로봇 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 ITAD 작업을 위한 IT 기기들이 쌓여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ITAD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향후 IT 경기 회복과 맞물려 시장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IT 장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6조원)였던 전자·전기폐기물(E-waste) 산업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스는 미국 아이언마운틴, 호주 심스라이프사이클과 함께 글로벌 ITAD 톱3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현재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초대형 규모의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IT 장비를 타깃으로 하는 대형 ITAD 시설을 올해 1분기 미국 버지니아주에 구축할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수명이 다 된 전기차 배터리에서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등을 다시 추출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40년 약 1741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테스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기반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폐배터리를 포함한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췄다. 바젤협약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모은 폐배터리를 타국의 재활용 시설로 보내기 위해서는 ‘바젤 퍼밋’이 필요하다. 테스는 30여개의 바젤 퍼밋을 보유하고 있다. 용매 추출 방식으로 니켈·코발트 회수율 97%를 달성하는 등 우수한 기술력도 갖췄다. 테스는 현재 중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4개 국가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보유 중이다.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폐배터리 재활용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네바다주가 전기차·배터리 산업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 롬바르도 미국 네바다주 주지사는 최근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 직접 방문해 폐배터리 사업 등에 대해 논의키도 했다.

오 CSO는 “현재 테스의 매출 50% 이상은 ITAD가 책임지고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매출 비중을 현재의 20%대에서 4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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