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타는 승객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미용실에서 새치 염색을 하던 중 손주가 다쳤다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1만원을 빌려준 한 시민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할머니는 돈을 갚겠다고 했지만 갚지 않았고, 며칠 후 똑같은 사연으로 다시 미용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최근 '지난주 토요일 미용실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난 13일 친한 동생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새치 염색을 하던 중 70대로 보이는 추정 할머니로부터 택시비 1만원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할머니가 손주와 둘이 사는데, 손주가 다쳐 병원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급히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택시비가 없다고 1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할머니는 손주가 수술을 받아야 하고 본인이 보호자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며, 오후 4시쯤 돈을 갚으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미용실에는 동생(직원)과 저 단둘이었고, 동생은 돈을 주면 안된다고 눈치를 줬지만 만에 하나라도 진짜라면 안타까운 상황이겠다 싶어 1만원권 한장을 손에 쥐여 드렸다"고 밝혔다.
A씨는 "설마 노인이 손주가 아프다는 이유를 대며 거짓말을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미용실 동생에게 "혹시 할머니가 돈을 주면 너 과자 사먹고 안주면 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미용실을 나왔다.
그런데, 며칠 후 A씨가 돈을 빌려준 할머니가 똑같은 사연을 갖고 다시 미용실을 찾았다.
이 사실을 미용실 동생에게 전해 들은 A씨는 "씁쓸하지만 저는 나중에 그런 노인분들을 만나면 또 당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진실이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안쓰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전 호구인가 보다"고 자조했다.
이 같은 사연에 누리꾼들은 "저라도 없는 셈 치고 1만원 드렸을 것",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라", "만원을 안줬어도 마음이 안 좋았을 것"이라며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