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 김치는 40.2%를 얻어 외국인들이 ‘한식’을 연상하는 음식 중 1위를 차지했다. 식품 최초 법정기념일인 ‘김치의 날(11월 22일)’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 영국, 브라질 등에서도 기념일로 제정하는 등 김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작년 한국 김치의 수입국은 93개국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 지역 등 선진국에서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보인다. 이러한 김치 수출의 약진은 단순 외화 수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김치를 직접 담그는 문화 체험을 위해 한국 방문도 이어지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크다. 이러한 전 세계적 인기는 분명 김치 세계화를 위한 좋은 기회지만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좋은 일에는 방해 요소도 있기 마련이다. 몇 해 전 중국의 김치 종주국 논란 등 김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주변국의 도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성공적인 김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가격’이다. 값싼 노동력, 넓은 땅에서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원료 덕에 생산원가가 우리 김치의 1/3 수준에 불과해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해외 김치시장이 커질수록 분명 우리 김치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김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인 일본의 경우, 작년 김치(기무치) 시장규모는 790억 엔(한화 약 7200억 원)으로 일본의 전통 절임채소인 아사즈케의 시장규모(770억 엔)를 역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김치가 일본인의 식탁에서 점유하는 비중이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 가공 및 자동화 기술 등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보유 중인 품질관리 노하우를 김치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 김치산업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발효식품인 ‘치즈’의 역사는 고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우유 가공 기록과 이집트 벽화는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치즈 최대 생산국은 오랜 치즈 역사를 지닌 지역이 아닌 미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 기술 도입으로 현대적인 제조 공정에 기반을 둔 고품질 치즈의 생산성을 높여 가격과 품질을 다 잡은 국가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한국 김치산업은 새로운 형태로의 산업 변화가 요구된다. 후발국에서 따라올 수 없는 핵심기술로 발효과학에 기반한 품질의 차별성을 갖춤과 동시에, 위생적이고 안전한 스마트 생산 공정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세계시장에서 우리 김치가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종주국 프리미엄에는 한계가 있다. 혁신적 과학기술에 기반한 문화·산업적 위상 정립이 함께 뒷받침될 때 실질적 김치 종주국의 위상 제고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지난해 세계김치연구소가 주관하는 ‘김치산업 관계기관 협의체’가 구성되어 11개 관계기관이 과학기술, 정책, 홍보, 역사 등 다각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김치가 건강을 이롭게 하는 식품으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이 바로, 세계시장에서 김치산업의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소중한 골든타임이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