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 출마 시사했지만…이재명, 막판까지 고심 또 고심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4월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출마를 시사했지만 출마 지역과 방식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이자 대선주자로서 당 전체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과 본인의 당선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무 복귀 이틀째인 18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나.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라고 말했다.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하는지 묻는 질문에 답한 것으로,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출마 뜻을 밝힌 걸로 풀이됐다.

하지만 실제 인천 계양구을 출마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대표와 총선에서 대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터라 이 대표가 인천 계양구을에 출마할 경우 우선 본인 지역구 표심 잡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재명-원희룡’ 맞대결이 성사되면 사실상 ‘미니 대선’급으로 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대표가 본인 지역구 선거만 생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대표는 불의의 피습 후 보름 만에 공식 일정을 재개하면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선거”라고 규정했다. 전날 차담회에선 "이번 총선 정말 중요하다"며 원내 1당이 목표란 점을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당대표로서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본인 선거에 들여야 하는 공이 커질수록 대표로서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2월 이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체제가 가동된다고 해도 총선에서 이 대표 역할은 줄지 않는다. 최근 피습 이후 당무 복귀 전까지 입원 치료와 자택 치료 기간 동안, 이 대표 부재로 여당에 비해 민주당의 존재감이 흐릿하다는 우려도 당내에 있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무대 전면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나”라고 했다.

다른 지역구 출마를 선뜻 결정하기도 어렵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하는 민주당에서 당대표라는 이유로 유불리를 보고 지역구를 고를 수도 없는데다, 시장을 지낸 경기 성남처럼 연고가 있는 곳도 당내 상황은 물론 여당의 선거 지형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 보궐선거에서 계양을에 나설 때도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딛고서 출마해 당선됐는데, 2년 만에 다른 지역을 선택하면 계양을 지역 민심은 물론 선거 판세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나서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전체 선거를 총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민주당은 선거제 당론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만일 민주당이 국민의힘 입장과 같이 ‘병립형’으로 뜻을 모으고서 이 대표가 비례대표에 나설 경우 ‘그러려고 병립형으로 돌아섰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을 유지할 경우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당선은 사실상 어렵다.

원론적으론 불출마도 이 대표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총선 승리라는 대의와 향후 대선을 고려할 때 고민 범주에 포함되는 카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원내에 있고, 없는 차이가 당내에도 크게 미치는 데다 사법리스크, 수사리스크를 감안할 때 의원 신분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