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 M&A 꿈틀, 지배구조 해법 모색 [주간 '딜'리버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1월 셋째 주 기업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 거래가 잇달아 체결돼 눈길을 끈다. OCI는 한미약품그룹,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를 인수를 추진한다.

두 건의 거래 모두 피인수 기업이 경영권 지분을 내놓고 지배구조 해법을 모색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지분 희석을 두고 고민에 빠진 기업들이 합종연횡으로 지배력을 보완하는 거래가 증가할지 주목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2건의 M&A 계약이 체결되면서 거래 금액은 1조3188억원을 달성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7703억원, 오리온의 신약 개발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 인수 5485억원이 이에 해당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배제되고 전략적투자자(SI) 간 이뤄진 거래다. 각각의 거래에서 ▷지배력 보완 ▷경영권 유지 등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는 OCI그룹과 지분 교환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공동 경영을 목표로 세웠다. 앞서 2020년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고(姑) 임성기 회장이 보유하던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그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자녀 3인 임종윤·주현·종훈, 공익재단 등에 상속됐다. 오너 2세들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참여했지만 후계 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창업주 가족 모두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글로벌 사모대출 업체에 환매조건부로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이자 지급은 물론 담보유지비율을 위한 유동성 부담은 고민거리였다. 지난해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신생 PEF 운용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백기사로 확보하고 지분 처분을 계획했다.

다만 라데팡스의 자금 모집이 좌초되고 송 회장 측 담보대출 상환 기일이 다가오면서 경영권에 변화를 주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OCI홀딩스와 지분 스왑을 단행한다.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투입해 송 회장과 그룹 내 재단이 보유 중인 구주를 매입하고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2528억원 규모 OCI홀딩스 신주를 송 회장과 임 사장에게 현물로 제공한다.

화학·소재 업체 OCI와 국내 1세대 제약사 한미약품의 통합은 이종사업의 결합으로 주목 받았지만OCI는 일찌감치 제약바이오와 접점을 만든 상태다. 2018년 부광약품과 손잡고 신약개발에 주력할 합작사를 설립했고 2022년에는 1461억원을 투입해 부광약품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그 사이 미국에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국내외 바이오텍 지분 취득에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한미약품의 시장 지위와 신약 파이프라인 자산을 고려하면 OCI가 신사업에서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무엇보다 한미약품그룹과 지분 스왑은 OCI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OCI홀딩스의 지배주주 지분율은 약 29%다. 지분 교환 절차가 마무리되고 송 회장과 임 사장 측 몫을 합산하면 약 36%로 높아진다. 변수는 송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 통합을 반대하고 있어 거래 종결에 걸림돌로 떠오른 상태다.

레고켐바이오 역시 지배력 고민을 M&A로 풀었다. OCI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바이오 사업 확대 의지를 가졌던 제과업체 오리온을 최대주주로 맞이한다. 오리온은 홍콩 소재 투자 지주회사를 통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를 5485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만 내려놓을 뿐 경영 활동을 유지한다. 동시에 취약했던 의결권 문제를 해소한다. 지출형 기업인 바이오텍의 오너는 낮은 지분율이 아킬레스건으로 평가 받는다.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면서 지분이 꾸준히 희석된다. 상당수 대표들은 주식담보대출로 적정 수준의 지분율을 겨우 유지하기도 한다. 김 대표 역시 특수관계인을 합친 기존 지분율이 10%에 그친다.

레고켐바이오는 사업 기반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오리온을 지배주주로 확보하면서 자금 측면에서도 신약개발의 불확실성은 걷혔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기존 시스템을 유지한다고 공표한 만큼 경영권도 한층 안정될 전망이다.

시장 관게자는 "기업 간 통합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물밑에서 꾸준히 검토되는 사례"라며 "통합 후 시너지를 내려면 거래 이전에 주주의 실익을 따져보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잡음을 내지 않고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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