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후티 소속 예멘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바다를 순찰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가는 상선들을 두 달 넘게 위협하면서 물류에 타격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입지 않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세계 해상수송석유 12% 가량이 홍해를 통과하는데도 시장 동요가 없는 것은 후티 반군이 대형 유조선이나 석유 생산 시설을 겨냥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FP는 후티 반군이 지금까지 대규모 유조선을 타격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서 세계 주요 석유 시설은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영향이 있다.
중동 지역에 초점을 둔 미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 포린리포츠 부사장 맷 리드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선박 대부분은 유조선이 아닌 드라이 벌크선, 화물선”이라면서 “이는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원들을 죽일 경우 일부 국가를 화나게 하겠지만 유조선을 공격해 환경 재해를 초래할 경우 세계가 분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FP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여유 생산 능력이라는 완충 장치가 있는 석유 시장의 기본 여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했을 때만 해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을 줄이고 러시아 석유는 제재받으면서 세계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각국이 기록적인 석유 생산량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원유 수요가 예상만큼 높지 않은 점도 에너지 시장 피해가 적은 배경이 되고 있다. 나아가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통행할 수 없게 돼버린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경우 수에즈와 유럽으로 가는 가까운 항로이기는 하지만 대체 항로가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셸 등 에너지 기업들은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자문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은 후티의 공격에 대해 “지역 수송에 대한 위협이지 생산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가세해 지역 긴장이 더 높아지는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1월 19일 이스라엘 관련 화물선 나포를 시작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해왔다. 이에 미국은 최근 후티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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