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CI.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박세진 사장은 19일 오리온을 최대 주주로 택한 배경에 대해 “오리온이 분기에 1번 정도 예정된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 사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기관 투자자, 애널리스트, 개인주주 등이 “바이오에 경험이 없는 오리온을 파트너로 택한 이유를 많이 묻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오리온은 최근 5500억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 기업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가 끝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확보한다.
박 사장은 “김용주 대표와 제가 가진 지분이 투자 전에 10%가 채 안 돼 업계 평균 대비 최대 주주 지분이 적은 편”이라며 “향후 5∼20년간 계속하기 위해서는 20∼30% 사이 지분을 가지고, 레고켐바이오와 궁합이 맞는 대주주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3100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마련하면서 대주주 지분이 전체의 10% 이하로 떨어져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자율적 조직 문화·전략 등을 보장하는 파트너, 글로벌 신약 개발 속성을 이해하고, 큰돈이 들어갈 수 있는 분야에 장기적으로 헌신할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임상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년 새 약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사장은 “2천200억원의 현금이 있고, 내년 얀센으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600억원,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소 5000억∼6000억원 정도는 자체 충당이 가능하다”며 “이 외 추가적인 4000억원 정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온 투자와 자체 충당금 등 1조원의 자금으로 항체 약물 접합체(ADC)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 2030' 전략을 조기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조기 달성할 것”이라며 “기술 이전 수익이나 로열티만으로 최초 흑자를 달성하는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이끌어갈 경영진을 육성하고 있고, 향후 김용주 대표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서도 미래 경영진들이 회사를 잘 이끌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해 레고켐바이오의 세부적인 경영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연구 개발 계획, 임상 진행, 기술 이전 사업화 등 레고켐바이오의 고유 활동은 기존대로 경영진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과 약 3년에 걸쳐 자율성 보장 원칙이 준수되는 합리적 관행을 만들 것”이라며 “이후 원칙들이 끝까지 지켜지도록 흔들림 없는 기준을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