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더비즈온에서 '함께하는 AI의 미래' 민당정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불가침영역.
복수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이렇게 표현한다.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는 대통령실과 논의 테이블조차 오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당내에서도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 반감이 정점에 이르기 전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쓴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국민의힘에서는 김 여사가 직접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지난 19일 CBS라디오에서 명품백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를 재차 요구하면서 “여당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라며 “시중에서 정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을 제 음성을 통해서 나왔다 뿐이지 이것이 어떻게 제 생각이겠냐”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 할 일 아니냐. 저는 국민들의 감성이 돌아섰다고 본다”며 “분명히 상대방의 몰카 공작이었고 그것대로 처벌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국민들은 각자에게 요구되는 어떤 도덕적인 수준이 있고 영부인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기대치가 있는 건데 그걸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선거 망칠 일 있냐”며 “함정도 맞고 공작도 맞지만 봐줘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공작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좋지 않게 보니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
당내에서는 ‘김건희 리스크’로 인한 당내 분란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4월 쌍특검법이 국민의힘 반대 속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을 당시에도 “민주당이 ‘김건희 방탄’ 프레임을 씌워 총선 전략에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패스트트랙은 지정 180일 뒤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이후 60일 지난 시점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김건희 리스크’가 재점화될 것을 알았음에도 지도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은 본인 가족의 문제라 아무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우리당이 직접 김 여사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냐”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니 국민의힘이 ‘윤석열 아바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난감’한 모양새다. 대통령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강해질 것이고 4월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을 비대위로 내몬 수직적 당정관계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김건희 리스크’지만 지금으로서는 돌파구가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선’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쓴소리도 어느정도 타협 여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이런 상황에서는 한 위원장이라도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더비즈온에서 열린 '함께하는 AI의 미래'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한 위원장은 여전히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다른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국민들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실제 한 위원장의 지금까지 ‘메시지’도 김기현 지도부와 차별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정치개혁 시리즈로 내놓은 ▷의원정수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는 김기현 전 대표가 말한 것이고,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사유 발생시 보궐선거 무공천 등도 민주당이 이미 내놓은 정치개혁안이다.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온 이상, 이제는 정부 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한 위원장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한동훈 컨벤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위원장의 파급력은 메시지의 ‘신선함’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스타성’ 때문이었다”며 “팬덤 정치로는 집토끼 결집 효과 밖에 내지 못한다. 내년 총선은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데 김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어떤 공약도 소용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말한 것들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선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유는 윤 대통령 의중에 반(反)하는 것 외에 다 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