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에서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친 후 식당을 나서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공식 일정 없이 조용하게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으로 정세가 혼란한데다, 낮은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맞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바이든 대통령의 복잡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인 지난 20일에 아내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의 별장에서 보냈다. 공식 일정은 없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에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귀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20일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신 그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취임 성과를 홍보하는 것으로 취임 3주년을 기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오늘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내가 취임 선서를 한 지 3년 된 날로 그동안 우리는 힘들게 일하는 미국인을 위해 매일매일을 싸워왔다”고 밝혔다.
그는 “처방약 가격 상한과 역사적인 기반시설 투자부터 의료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만들고 학자금 대출 1300억달러를 탕감하는 것까지 우리는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 일을 마무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에 기부하는 사이트 링크와 함께 “카멀라와 내가 승리해서 백악관에서 4년 더 있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날 백악관은 코로나19 방역, 인프라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기후변화 대응, 중국과 펜타닐 대응 협력, 민주주의 강화, 동맹 복원, 총기 규제 등 행정부 성과를 홍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적을 선전해도 유권자들이 적극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은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심지어 지난 대선 승리에 기여한 흑인 유권자들이 젊은 층을 중심의 지지 이탈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경선 압승에 이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지지 선언으로 기세를 올리며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분위기와 대비된다.
더군다나 외부 환경마저 우호적이지 않다. 다음 달이면 2년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내 추가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고,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아랍계 미국인과 젊은 지지자들이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트럼프와 맞대결로 규정하며 민주·진보 유권자를 결집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대선의 최대 정책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낙태 문제를 적극 부각하려는 태세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낙태를 헌법 권리로 규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51주년을 맞아 오는 23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낙태권 보호 문제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을 개인의 자유 문제로 부각시키며 힘 빠진 지지기반을 활성화하고 무소속 유권자들을 진영으로 끌고 오려고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