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여자, 서울역에 널렸다”…아내 살해 변호사, 10년간 아내 ‘정서 학대’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대형 법률사무소 출신 미국변호사 A씨가 10여 년에 걸친 결혼생활 내내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녀들에게 아내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욕설을 하도록 시키는가 하면, 외도가 의심된다며 폭언을 하고 자녀들만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결혼 초기부터 아내가 업무로 바쁜데 비해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에 가면 널려 있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자녀들에게 아내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엄마에게 영어로 욕설을 하도록 시켰다. 또 "밤에 집 밖에서 나쁜 짓 하냐"는 아들의 말을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A씨는 일방적으로 자녀들을 데리고 뉴질랜드도 이주하고, 아내에게 외도가 의심된다며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해외여행과 명절에도 아내를 괴롭히고 아내와 자녀 사이의 만남을 단절시켰다.

지난해 3월 가족을 이끌고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초행지에 아내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자신과 자녀들 것만 구입하고 아내는 자비로 따라오게 한 뒤, 돌연 '내가 신용카드를 두고 왔다'며 현지에서의 모든 비용을 아내에게 떠넘겼다. 추석에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홍콩에 간 일도 있었다.

결국 A씨의 지속적인 모욕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같은 해 11월 말 취하했다.

A씨가 '엄마의 자격·역할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면서 설득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듬해인 2022년 상반기부터 아내의 직장으로 전화를 절어 아내의 행적을 수소문하고, 아내에 대해 험담하면서 약속을 깼다.

결국 아내는 사망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 두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소송을 지난해 12월3일 아내가 숨지면서 결론 없이 종결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사건 당일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집으로 오게 했고, 아내는 딸이 두고 간 책가방을 챙기러 갔다. 검찰은 A씨가 말다툼 끝에 주먹과 쇠 파이프로 아내를 가격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변호인은 "선임계를 그저께 제출했다"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뤘다. 결국 재판부는 내달 28일 A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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