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 녹은 줄 알았네” 차도에 ‘흰 알갱이’가 뒤범벅…‘소금밭’인 줄 [지구, 뭐래?]

서울 주요도로에 여전히 제설제가 가득 남아 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아직도 눈이 안 녹았어?”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운전을 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주 내렸던 눈이 아직도 차도에 남아 있는 것. A씨의 착각이었다. 그는 “차가 정차할 때 자세히 살펴보니 눈이 아니라 제설제였다”며 “도로 한편엔 정말 눈처럼 쌓여 있더라”고 전했다.

강변북로 등 주요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도로 가장자리로 흰 알갱이가 줄을 이었다. 강변북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이 흰 알갱이의 정체도 바로 제설제다.

강변북로 도롯가에 남아 있는 제설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 제공]

이상기후로 폭설이 잦아지면서 이젠 눈과의 전쟁도 마치 ‘화학전’을 방불케 한다. 물론, 안전을 위해 제설제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제설제 사용 역시 매년 논란이다.

요즘엔 빗자루로 쓸 수 있는 골목길까지도 제설제를 쏟아붓는 현실이다. 과도한 제설제 사용은 단순히 세금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과 도로를 부식시키고, 가로수를 파괴시키는 원인이 된다. 제설제의 과도한 사용이 생태계 염분 농도를 상승시키는 등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설제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겨울철(전년 11월~ 당년 3월) 제설제 사용량은 2019년엔 1만8526t이었고, 2020년엔 오히려 1만462t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1년에 4만8492t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도 4만4470t에 이르렀다. 5년 사이에 2배 이상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최근 5년 간 서울시 제설제 사용량 [서울시 제공]

실제 현장을 보면 제설제 사용량이 급증한 걸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지난주 서울에 눈이 내리면서 뿌려진 제설제가 지금까지도 곳곳에 남아 있는 탓이다. 지난 22일 강변북로 도롯가엔 아직 녹지 않은 제설제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시내 주요 도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 용산구 일대 골목길에도 남은 제설제가 쉽게 눈에 띄었다. 빗자루로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지역조차 제설제가 가득했다.

서울 마포구, 용산구 일대 골목길에 남아 있는 제설제들. 김상수 기자

녹지 않은 염화칼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차가 오가는 도로도 염화칼슘이 뭉개져 ‘소금길’화 돼 있고, 차량 이동이 적은 이면도로 등엔 아예 멀쩡한 형태의 염화칼슘 덩어리들도 퍼져 있었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눈 예보만 나와도 제설제를 달라는 주민들이 많다”며 “왜 염화칼슘이 없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염화칼슘은 제설에 물론 효과가 크다. 제설 효과로만 본다면 안 쓸 이유가 없다. 문제는 과용될 때다. 도로나 자동차 하부를 부식시키는 부작용도 널리 알려졌다. 염화칼슘 내 염소 성분이 아스팔트나 자동차 하부 등을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산책할 때 부상을 입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더 큰 문제는 생태계 파괴다. 도로에서 녹은 염화칼슘이 토양이나 하천 등으로 유입,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담수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켜 담수 생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 산림과학원에서도 염화칼슘이 토양을 알칼리화해 3월부터 가로수 잎에 급속한 탈수 현상이 벌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서울 주요도로에 여전히 제설제가 가득 남아 있다. [독자 제공]

염화칼슘을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을 고려,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비염화물계를 사용하는 친환경 제설제 비중도 늘리는 추세다.

폭설이 오거나 경사로 사고 위험이 있는 도로 등에만 염화칼슘을 사용하겠다는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 중요한 도로가 아닌 일반 골목길이나 집앞이라도 제설제 대신 빗자루를 사용하는 방안이다. 운동도 되고 이웃과 인사도 나눌 수 있는, 환경까지 아끼는 ‘일석삼조’ 실천 방안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