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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근 연일 약세를 거듭하고 있는 홍콩 증시가 22일 크게 주저앉으면서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테크 기업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폐지를 맞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발행한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이날 오후 3시 55분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돼 오는 24일부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정규시장 종료 시점에서 ETN의 실시간 지표가치(IIV)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기청산된다.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이날 정규장 종료 시점 실시간 지표가치가 988.05원으로 떨어져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본래 만기일은 오는 7월 19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상품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테크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 항셍 테크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항셍 테크 지수가 오르면 수익도 2배가 되지만, 떨어질 경우 손실도 2배가 된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항셍 테크 지수는 전장 대비 3% 넘게 급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50개 기업 주가로 산출되는 홍콩 H지수(HSCEI)도 3% 넘게 급락해 5000선을 밑돌아 한국시간 기준 오후 4시께 4950대에 거래됐다. 2022년 10월 31일 기록한 전저점(4919.030)에 근접한 수준이다.
홍콩 증시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대거 발행된 2021년 1월 홍콩H지수 평균은 1만1339 정도다.
ELS는 만기 상환일에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해 수익률을 확정하기 때문에 1만1000대를 넘나들던 홍콩H지수가 절반 이상으로 급락하면 투자자는 지수 하락률만큼의 손실을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
이날 홍콩 증시 약세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연속 동결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춘절(2월 10∼17일)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주 중화권 증시 변동성 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