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강의 중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0년 10월 류 교수가 재판에 넘겨진 후 약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법원은 류 전 교수가 의견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류 전 교수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류 전 교수측은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24일 오전 10시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위안부들이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은 피해자 오 모씨 등 개개인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에 대한 일반적·추상적 표현이며 대학 강의의 일환인 토론회에서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밝힌 견해나 평가”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해당 발언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의 쟁점으로는 ▷위안부들이 강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점 ▷정대협이 위안부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말한 점 ▷정대협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 핵심 간부라고 발언한 점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 점 등 모두 4가지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벌금 200만원)를,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대협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간부라는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 “피고인의 표현은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적시한 주요 부분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으며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발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됐다고 한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표현은 공적인 지위에 있는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적 활동에 관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다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위안부 강제 연행에 관해 허위로 진술하도록 교육했다는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류 전 교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학 교수인 피고인은 위안부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피해자(정대협)가 마치 강제 연행에 관해 허위 진술하도록 위안부들을 교육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며 “발언의 경위나 내용, 그로 인해 침해되는 피해자의 명예 정도를 고려할 때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위안부는 매춘’ 발언은 미리 준비되지 않고 강의 후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 허위 사실 적시 상대방이 당시 수업에 참여한 50여명의 전공생들로 한정됐다는 점,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마친 류 전 교수는 이날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위안부가 매춘했다는 발언과 통합진보당이 정대협이랑 얽혀있다는 발언에서 무죄가 나왔다는 점”이라며 “유죄 판정에 대해서도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강의 중 위안부가 5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는 당시 강의 도중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 “정의연 임원들은 통합진보당 간부들로 북한과 연계돼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5일 결심공판에서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되는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2022년 11월 23일에도 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1심 선고 후 ‘반인권적, 반역사적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류 교수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진실을 호도하며 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폄훼했다”며 “재판부의 판결은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며, 일반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