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황산 테러로 화상을 입은 파트리시아 르프랑(59). 모델로 다시 선 ‘산(酸) 테러’ 피해자들을 위한 화보집을 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띵동, 택배요.” 현관문을 열자 마주한 건 한때 사랑했던 전 연인이었다. ‘당신이 왜…’그녀가 당혹감과 공포를 느낀 찰나의 순간, 난생 처음 겪는 통증이 덮쳐왔다. 시야가 흐려져 쓰러진 그녀는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살기 위해 바닥을 기었다. 힘겹게 움직이던 그녀의 팔 역시 얼굴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2009년 헤어진 애인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한 벨기에의 전직 모델 파트리시아 르프랑(59)이 다시금 카메라 앞에 섰다. ‘산(酸) 테러’ 생존자들을 위한 국제신탁과 영국 사진작가 랭킨이 손잡은 화보에 모델로 출연한 것이다.
르프랑은 22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이 추한 얼굴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게 나다”라며 화보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 말을 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009년 황산 테러로 화상을 입은 파트리시아 르프랑(59)이 ‘눈물의 쿠튀르’ 화보집에 출연한 모습. [산 테러 생존자 국제 신탁] |
테러 이후 그녀의 삶은 잔인했다. 혼수상태로 3달을 보냈고 100차례 넘는 수술을 받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집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세 아이의 엄마였지만 자신을 살려낸 의료진마저 원망했다. 그는 “‘내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의사들이 나를 살려낸 데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며 “이제 산 테러 생존자들의 권리를 위해 맞서 싸우려 한다”고 밝혔다.
그가 모델로 출연한 이번 화보의 테마는 ‘눈물의 쿠튀르’(눈물의 옷)다. 르프랑은 테러 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한다. 작가는 이 사진에 “패션은 한철이지만 산 테러 생존자의 눈물은 평생 간다”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이번 화보를 기획한 국제신탁은 여성 테러에 사용되는 ‘산’ 성분이 의류 제조 과정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화학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테러 재료가 될 수 있는 산을 다루는 기업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 테러가 보고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지역들 역시 대규모 패션 산업 산하에 있는 곳이다.
국제 신탁은 “산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역에서 황산을 이용한 공격이 발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면서 “방글라데시의 경우 산을 활용한 의류 및 보석 산업이 발달한 지역의 산 폭력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