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자책말아요” 판사도 위로한 ‘180억 전세사기’ 피해…눈물바다 된 법정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 힘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부산에서 사회 초년생들로부터 상대로 18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5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징역 13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A씨는 2020년부터 3년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하며 229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80억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재산상 손해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박 판사는 “부동산 경기나 이자율 등 경제 사정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할 수 있어 임대인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소송을 진행할 당시 피해자는 210명,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160억원으로 파악됐지만 추가 피해가 밝혀지며 피해 규모가 불어났다.

A씨는 이날 법정에서 부동산 정책 변화로 인한 각종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선고 이후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며 자신이 작성해온 ‘당부의 말씀’을 낭독했다. 그는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자신을 절대로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판사가 건넨 위로의 말에 피해자들 일부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만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229명 중 154명의 배상명령 신청은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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