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맥줏집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팝콘을 먹다가 어금니가 파손됐다며 500만원의 보상을 요구한 손님과 소송까지 가게 된 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부산에서 맥줏집을 운영 중이라는 점주 A씨는 지난 2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벌써 1년째 저를 괴롭히는 일이 있어 공유한다"며 ‘팝콘 먹다 어금니가 깨져서 임플란트한다는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는 "손님 B씨는 지난해 1월 12일경 매장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팝콘의 덜 익은 옥수수 알갱이를 씹어 어금니가 파절됐고 임플란트는 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치료비를 달라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그런데 문제는 이 연락을 2월 17일 했다는 점이다.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이 37일이나 지나서 연락을 준 것"이라며 "보관기간이 지나 폐쇄회로(CC)TV 영상도 조회가 불가능했다. CCTV 보관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린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더라"고 했다.

그는 "CCTV로 옥수수 알갱이를 씹는 장면이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에게 물었으나 그런 사고를 보거나 항의를 받은 적도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B씨는 A씨를 대신해 나온 A씨 남편 C씨에게 '처음에는 본인의 잘못이니 그냥 치료하려다가 변호사 친구가 1000만원도 받을 수 있다고 매장에 배상받으라고 했다'는 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치료비로 200만원 정도를 얘기했고, C씨는 100만원에 합의하는 것으로 계좌번호까지 받았다.

그런데 A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못 보내겠더라"고 했다. B씨의 나이는 1965년생. 충분히 치아가 약해질 나이였고, 옥수수 알갱이에 의해 이가 파손됐다고 인지한 지 37일이나 지나서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 부부는 법률구조공단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상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두 기관 모두로부터 진술 외 객관적인 판단할 요소가 없어 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B씨에게 합의금을 바로 주는 대신 B씨에게 소비자원을 통한 조정신청을 부탁했다고 한다. 조정신청은 사업주가 할 수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본인이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A씨가 지난해 5월 받은 소장에 적힌 치료비와 위자료 등 청구 금액은 약 511만원에 달했다. B씨가 소장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 이름도 다섯 명이나 됐다.

A씨는 소장을 수령한 당일 바로 법무법인을 찾아가 변호사를 수임했다. A씨는 "제가 돈이 없어 합의를 못해주는 것이 아니고 정당하게 줄 돈이 아니기 때문에 주지 않는 것"이라며 "상대방에게 보란듯이 대형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원 주고 합의하고 빨리 잊어버리는 게 저에게 더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단순히 본인의 주장, 같이 있었다는 친구만 있으면 다 손해배상 해줘야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렇게 부당이득을 취한다면 과연 내가 내돈 내고 임플란트 할 필요가 있냐"며 "어디 가서 밥 먹다가 게장 씹었는데 '이가 깨진 것 같다. 내 친구가 들었다' 하면 다 배상해줘야하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일부라도 원고 취지가 인정되어 일부 배상 판결이 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블랙 컨슈머들이 양산될지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업하기 더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상식적으로 공감간다" "정당한 길을 가는 사장님께 박수를 보낸다" 등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