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A레이다를 장착해 점검 중인 KF-21 시제기[헤럴드DB] |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리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FA-50을 설계하고 개발했던 기술을 기반으로 KF-21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부분이 FA-50과 다릅니다. 그리고 훨씬 복잡합니다.
조종래 전 KAI 상무는 “어떻게 하면 조종사가 생명의 위협을 적게 느끼면서 적 전투기 조종사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갖고 대응하느냐에 관점을 두고 설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FA-50은 A자를 떼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한 독자적인 전투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며 “FA-50과 비교하자면 운용개념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단발엔진과 쌍발엔진이고 그 다음이 전투기의 무장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단좌기와 복좌기의 차이가 있다”며 “대부분의 전투기들은 혼자 운용하는데 많은 기능들을 혼자서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조종사의 임무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 짧은 순간에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짓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설계를 해야 한다”며 “인체공학적 요소나 반응 속도, 여러 단계에 걸친 대응까지 생각해서 설계해야 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100마일 밖에서 상대방 레이더에 잡히던 것을 10마일 가까이 와야 잡히는 저피탐 기술을 적용하면 사실 적 입장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이라며 “기체는 크지만 오히려 적의 레이더에는 FA-50보다 작게 잡히는 스텔스 기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종래 전 KAI 상무는 KF-21 설계 당시 가장 복잡했던 문제는 쌍발엔진이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6호기의 최초비행 성공 사진. [방사청 제공] |
설계 때 가장 복잡했던 과제는 “쌍발엔진”
조 전 상무는 단발엔진과 쌍발엔진의 차이, 단좌기와 복좌기의 차이, 스텔스 기능 반영의 차이 중 설계 당시 가장 복잡했던 문제는 쌍발엔진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쌍발엔진으로 가면서 계통의 복잡성은 두 배가 아니고 제곱, 즉 4배”라며 “두 개의 엔진 중 왼쪽이나 오른쪽 중 어떤 엔진에 꺼졌을 때 파워의 방향이나 비행 조종계통 등의 요소를 비행 조종 컴퓨터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엔지니어들이 잠 못 자고 고민해야할 요소였다”고 고백했습니다.
FA-50과 달리 단좌기와 복좌기를 동시에 개발해야 되는 상황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조 전 상무는 “KF-21 단좌기를 개발할 때 가장 간단했던 건 전·후방석 조종사가 2명이 타서 어떤 기기를 동시에 조작하는 일을 고려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훈련기의 경우 후방석에 교관이 타기 때문에 후방석에 조종의 우선권을 줘야하고 전투기의 경우 전투임무를 전방석 조종사가 수행하기 때문에 전방석에 우선권을 줘야 하는 등 FA-50을 만들 때는 전방석과 후방석 조종사 중 누구에게 조종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말하며 “단좌기를 만드니까 그런 고민은 없더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세,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단좌기와 복좌기를 같이 만들어야 됐다”며 고개를 푹 떨궜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 엔지니어들이 아주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동일한 기체를 쓰는 데 물리적으로도 복좌를 쓸 경우에는 뒷좌석 부분을 드러내야한다”며 “그러면 표면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공기 공기역학적 특성이 달라진다”는 어려움도 말했습니다.
그는 “천천히 갈 때는 별 차이 없겠지만 음속이 넘어가면 0.01초의 사이에 움직이는 항공기가 받는 열과 공기저항, 기동성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그런 물리적, 공기역학적 요소를 고려해야하고 조종석이 들어가는 부분에 원래 있던 장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도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단좌기와 복좌기를 동시에 설계한다는 것은 운용절차나 스위치, 소프트웨어의 우선성,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과 물리적 배치, 항공기의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동시에 설계를 해야한다”며 “많은 인력이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설계하지 않으면 비행기는 망가진다”고 KF-21 설계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KF-21 시제기 외부 형상. [방사청 제공] |
단기간 전투기 제작 성공은 ‘공밀레’ 덕택
자랑 섞인 얘기도 같이 했는데요. 조 전 상무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시제기 6대를 동시에 거의 몇 달 차이로 제작해서, 단좌기와 복좌기를 같은 기간에, 또 인도네시아 공군의 특정요구 조건까지 포함한 모든 특징을 다 갖춘 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아직 없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개발 전투기를 ‘공밀레’라고 한다”며 “에밀레종을 만들 때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어린 아이를 공물로 바쳐서 아름다운 소리를 얻었다는 설화를 빗대어 엔지니어들의 영혼과 삶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들끼리는 ‘공밀레’라고 부른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네 웃음기를 거두고는 “FA-50개발 당시 기술지원을 했던 록히드마틴조차 KF-21계획에 대해 ‘기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절대 만들 수가 없다’고 장담하는 걸 1992년부터 너무나 많이 들어왔다”며 “구조 시험 시제기까지 8대를 만들어낸 것은 엔지니어 숫자도 부족하고 사천이 시골이라는 ‘지역 핸티캡’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모아서 지난 30년 동안 이걸 만들어 냈다는 것은 ‘공밀레’ 덕택에 해 낼 수 있었다”고 자부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프로파일럿 제작진도 박수를 안 보낼 수 없었습니다.
또 구독자와 시청자들도 가장 많이 다시 본 구간으로,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 상공을 비행중인 FA-50.[헤럴드DB] |
FA-50, 서유럽 진출관건은 ‘미국DNA’ 탈피
‘KF-21설계 비화 대공개’편 앞부분에서는 FA-50의 수출시장 확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짚어봤습니다.
FA-50이 폴란드 수출에는 성공했지만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조 전 상무는 “FA-50은 미국 DNA를 갖고 있다”며 “F-16과 외형부터 거의 85%가 닮았고 항공 조종실(Cockpit)은 F-16과 90% 동일하다”며 “유럽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미국 비행기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유럽에서 보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예술성이 없는 외형”이라며 “서유럽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기능과 성능과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BAE시스템이 제작하는 호크 고등훈련기 이후 유럽의 서방국가에서는 훈련기 겸 경전투기 기종이 없는 상태”라며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 T-50이나 FA-50이라고 판단한다”고 자신했습니다.
국내에서 운용중인 T-50과 FA-50의 중간 성능 개량도 곧 진행 될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습니다.
그는 “전투기는 설계 수명을 예측할 때 통상 1년에 약 200비행시간을 기준으로 설계한다”며 “그래서 30년 사용을 예상하고 600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기골 등 상당 부분은 8000시간을 기준으로 설계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처음 배치됐던 T-50은 이미 중간 성능 개량을 할 때가 됐기 때문에 공군에서는 현재 모든 성능 개량 소요를 계획하고 있고 합참과 방사청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곧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