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여야 간에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再議)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수순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제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상정·심의 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경찰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검찰에서도 보완수사를 실시했다”며 “정부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고, 이를 통해 참사의 원인과 대응·구조·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밝혀졌고, 현재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검경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총리는 “이번 법안에 따라 특별조사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로서는, 이번 특별법안을 그대로 공포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하는 수순이다. 한 총리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 총리는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지원 방안도 밝혔다.
한 총리는 “유가족과 피해자께서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재정적,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1029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여 내실있는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여전히 고통을 겪고 계신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19일 정부로 법안이 이송된 지 11일 만에 정부는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로 결정할 방침이다. 헌법상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정부는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안에 국회로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정부가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순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다섯 번째, 총 9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 12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른바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상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해에는 지난 5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이상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