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정부가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비가 급증함에 따라 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인 8%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있는데, 지난해 건강보험료율(7.09%)이 7%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다. 배경에는 저출생과 총인구 감소, 저성장 기조 때문에 보험료 수입이 정체돼 재정의 지속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있다.
현행 건강보험법 제73조(보험료율 등) 1항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1천분의 80의 범위에서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로 제한해 놓은 것이다. 이런 보험료율 상한 조항은 1977년 의료보험(건강보험) 시행 당시 보험조합이 직장조합과 지역조합, 공무원·교직원조합 등으로 나뉜 상황에서 조합 간 보험료 차이를 좁히기 위해 도입된 장치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보험료율은 일본 10∼11.82%, 프랑스 13.25%, 독일 16.2%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방식과 지원 규모도 재검토하고, 관련 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국고로 보험 재정에 일정액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 규정이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만 적용되는 탓에 논의를 거쳐 법률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환자나 소비자가 적정한 수준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사용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한다.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받을 때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까지 받도록 유도해 환자 부담을 늘리는 식의 행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급여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에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뜻한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들로서, 의학적 근거는 인정받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비용을 지불해 주지 않는 항목이다.
기존 급여 항목도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을 재평가해 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비용이 드는 급여 항목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퇴출하고, 반대로 꼭 필요한 항목은 보상을 강화한다.
환자·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비급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의 명칭·코드도 표준화하고, 항목별 권장가격을 제시한다.
'마늘주사'나 '신데렐라주사'처럼 일부 비급여 항목은 의료기관마다 다른 이름을 쓰는데, 앞으로는 성분명을 기반으로 비급여 명칭을 분류·표준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