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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가 7개월째 하락세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선행지수는 4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은 경기가 침체해 있지만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체감경기 회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2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추세 요인 제거)는 98.6(2020년=100)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0.3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하락 폭은 직전 달(-0.1p)보다도 커졌다.
동행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가운데 수입액, 광공업생산지수는 증가했으나 건설기성액과 내수출하지수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작년 12월 건설기성은 건축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국내로 물건이 팔려나가는 수준을 보여주는 내수 출하는 전월보다 1.3% 줄었다. 수출 출하가 반도체 호조 등에 힘입어 8.4%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5월 100.3에서 이듬달 100.1로 떨어진 이래 7개월째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월∼2009년 2월 11개월 연속 떨어진 이래 가장 긴 기간 하락세다.
반대로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가늠할 지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향후 6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12월 전월보다 0.1p 올라 100.0(2020년=100)을 기록했다. 구성 지표 가운데 장단기금리차, 경제심리지수 등이 감소했으나 재고순환지표와 건설수주액 등이 증가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9월부터 4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두 지표만 놓고 보면 현재의 경기는 수축한 상태지만 향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다만 동행지수 하락 폭이 직전 달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세는 더딜 수 있다고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의 모든 부문이 다 같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면 두 지표의 차이가 크게 없을 텐데 현재는 제조업과 수출은 좋아지고 내수는 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가 바닥은 지나고 있지만 앞으로 내수와 건설경기 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지나면서 반도체가 주도해 수출이 회복되고 있어 경기가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건설투자가 침체된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체감경기로 온기가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전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성장률 자체가 전년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니 경기는 바닥을 다졌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감 경기가 좋아지겠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소비심리는 자산시장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주가지수는 다른 나라보다 약한 수준이고 주택가격 역시 좋지 않다"고 짚었다.
정규철 실장도 "최근 몇 달간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다만 경기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내수는 다르다.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직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회복세로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작년 12월 동행지수가 전월보다 많이 떨어졌다. 최소한 12월까지는 경기 침체 국면"이라며 "내수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출과 내수를 함께 고려했을 때 전반적인 경기는 떨어지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