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술에 취해 이웃집에 잘못 들어갔다가 시비가 붙자 처음 본 피해자를 흉기로 30차례 찔러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19년형이 확정됐다. 남성 A씨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호소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살인 등 혐의를 받은 A(63)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 피해자를 약 30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다가 피해자의 집으로 잘못 찾아갔다.
범행 계기는 사소했다. A씨는 다시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발을 본인의 것으로 착각했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피해자는 “네가 잘한 게 무엇이냐. 빨리 가라”라고 말을 했을 뿐이지만 A씨는 격분했다. “너 죽을래”라고 욕설을 하며 피해자의 집 주방에 있던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한 별개로 재판에 넘겨진 협박·폭행·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1심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형사 15부(부장 류호중)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출소 후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범행 당시 우울 장애, 알코올에 의한 정신 장애로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C(폐쇄회로)TV상 범행 직전 A씨가 혼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피해자의 집을 향한 사실, 범행 직후 출동한 경찰의 ‘칼을 놓으라'는 지시를 따르는 모습 등으로 볼 때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의 결과가 참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2심은 A씨의 살인, 협박 등 모든 혐의를 합해 선고했다. 징역 19년이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7형사부(부장 이규홍)는 지난해 10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취상태에서 폭력범죄로 여러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며 “그럼에도 음주를 계속 하면서 동종 범행을 반복해 살인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갖추지 못해 재범의 위험이 높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A씨 측이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징역 19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