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기소’ 위해 전문가 검토 반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안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벌에게 적용된다는 비판을 받는 ‘3·5 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5년)도 아닌,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 데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1심이긴 하지만 기소 후 3년 5개월 만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내면서, 2020년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의견을 뿌리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검찰은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오자 또다시 내부적으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기소를 강행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1일 기소됐다. 앞서 2020년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오히려 업무상 배임죄를 추가해 이 회장을 19개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객관성을 보장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 검토 이후 또다시 내부적으로 전문가 검토를 거쳤다. 수심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심위원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정당에 가입된 사람은 위촉될 수 없다. 그런데 수심위가 검찰의 설명대로 전문가 섭외에 있어 중립성·객관성을 담보한 반면, 검찰 내부적인 검토에 있어서는 어떤 전문가의 검토를 받고 그들에게 어떤 자료를 제공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검찰은 “수사팀과 견해를 달리하는 전문가들을 포함해 30여 명 상당의 외부법률·금융·경영·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의견 청취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외부 금융·회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했다면, 이같은 절차는 기소·불기소 표결 전 이뤄지는 검찰의 의견서와 프리젠테이션에 담을 수 있도록 수심위 이전에 충분히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수심위 자체가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 아래 전문가 검토단계로 도입한 제도인 점을 감안하면, 또다시 전문가 검토를 거친 것은 “이재용에 대한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고, 기소의견이 나올 때까지 전문가 검토를 거치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시 변호인단은 수심위 결정을 뒤집은 검찰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 수심위가 제3자적 입장에서 10대3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이 사건에 대해 기소할 수 없으니 수사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던 것”이라며 “(앞의 8차례 수심위 결과와 달리) 유독 이 사건만은 기소를 강행했다. 검찰은 수심위에 상정조차하지 않았던 업무상배임죄를 추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건은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뒤집은 첫 사례로 남아있다.

한편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선고 직전 금감원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사법부에서 진행하는 재판이나 공소 유지 절차와 관련해서는 제가 떠난 이후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지위가 달라 직접 관여하거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면서도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걸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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