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인정한 경찰…수사 실효성 물음표는 지속[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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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선균(48)의 빈소가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배우 고(故) 이선균 씨 마약 투약 의혹 수사정보 유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이 “사건의 시작부터 이씨 소환까지 정보 유출이 있었다”면서 이를 인정했다. 이씨 사망 직후 수사정보 유출이 없었다며 선을 그었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다짐했지만 경찰 관행에 대한 근절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진행한 상황에서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 보도된 사진이 우리(경찰) 보고서 원본이었다”며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누군가 고의적으로 흘린 것인지 과실이었는지 모르는 상태지만 그 시점은 언제인지 특정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사가 보도한 문건이 재구성된 것이 아니라 경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도 “현재로선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인천경찰청에서 발표한 적이 없는 소환 날짜가 유출돼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필요한 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도 조사했다”며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수사정보 유출 경위를 파악해달라며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직접 유출 경위를 조사할 경우 공공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타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달 22일에는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범죄계와 해당 경찰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 디스패치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디스패치는 이씨가 숨진 이튿날 28일 마약사건과 관련된 대상자의 신분, 직업, 이름 등 인적사항이 담긴 경찰의 수사보고서 원본을 그대로 기사에 게시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내사 단계에 있던 이씨를 ‘L씨’로 최초 보도한 경기신문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 내용과 방식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또 KBS의 이씨 사생활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도 경위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같은 지적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정보 유출이 있었기에 그 경로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로 갈음했다. 사건의 본질이 수사정보 유출인 만큼 이 사건 수사정보 관련 언급에도 극도로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도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본 사건 자체가 수사정보 유출 건이기에 경찰이 수사진행 상황을 알리는 것 자체도 유출로 볼 수 있다. 구체적 상황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가 결국 여론의 압박에 등떠밀린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감독 봉준호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지난달 성명을 발표하고 수사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여론이 이어지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지 하루 만이었던 지난해 12월28일, 김희중 인천경찰청은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같은날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씨의 마약투약 의혹 사건은 이씨 사망으로 종결됐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재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협박해 3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전직 배우 A(28)씨와 유흥업소 여실장 B(29)씨는 모두 구속 기소됐다. 또 이씨와 함께 내사를 받아온 재벌3세 C(30) 씨도 공식 형사 입건했다.

배우 김의성,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 등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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