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콜롬비아에 부는 한류, 새로운 기회를 찾다

“안녕하세요.”

또랑또랑하지만 약간은 어설픈 한국어가 내 귓가에 들렸다. 아는 사람인가 싶어 돌아보았으나,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콜롬비아 행인 중 한명이었다.

지난해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양인을 보고 호기심에 건넨 말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니하오’나 ‘곤니찌와’가 아닌 우리나라말을 처음으로 들은 것이어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라틴아메리카에서만 생활한지 도합 15년 정도 지났다. 2024년 현재 이곳에서 부는 한류의 열풍을 자세히 보면 ‘아는 사람만 향유하는’ 오타쿠 문화가 아닌 현지 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례로 현지 한인 식당에 가면 한국의 매운 음식을 맛보려고 방문한 콜롬비아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방문하면 종종 한국 노래가 들리곤 한다. 콜롬비아 주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프로그램 탑10에는 늘 한국 시리즈나 영화가 포함되어 있어 더 이상 소수만 공유하는 음지의 문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현지에서 업무차 미팅이나 초면인 사람을 대할 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자주 언급되는 대화 주제도 최근에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의 시청여부다.

비록 타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한국 문화가 널리 퍼져있었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이 다수였다. 그만큼 한국은 이곳에서 미지의 영역이었다. 동아시아인은 현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가벼운 개그소재로 소비되는 우스꽝스러운 인종이었고, 언론에서 늘 언급하던 ‘한류 열풍’은 중남미 소수 지역에만 해당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2024년이 된 현재 상황이 역전돼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는 콜롬비아 사회에 얼마나 스며들어 있을까. K-식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스턴트 라면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약 22만 달러 어치가 콜롬비아로 수출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5배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우리 제품의 콜롬비아 수출액이 전년 대비 -17%를 기록했고, 전통적인 효자 수출품목들에서 금액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식품 사업에서 새로운 동력이 발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일례로 지난해 보고타의 최다 수용인원 공연장에서 K-POP 그룹 에이티즈(ATEEZ)의 단독 공연이 개최돼 이목을 끌었다. 해당 공연장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아티스트들이 거치는 곳으로, 콜롬비아에서 K-POP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사례였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콜롬비아 문을 두드리는 곳이 늘어나면서 향후 엔터계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상기 언급한 두 사례는 콜롬비아에 진출하려는 기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브라질과 멕시코 한류 시장은 공고화된 반면 콜롬비아는 확산 단계에 있어 진출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콜롬비아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브라질과 멕시코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이기에 충분한 성장 동력을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류 열풍이 커지고 있는 지금, 콜롬비아 시장에 주목할 때다.

정건영 코트라 보고타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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