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북시 개최될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출할 상호 관광에 대한 공동합의 문건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내달 대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의 재선 승리에 대한 확신과 24년 만의 방북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방북을 위한) 합의는 방북 계기에 서명될 공동 문건에 대한 작업으로 귀결된다“며 ”매우 훌륭한 패키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사전 의제를 준비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준비 중인 공동 문건과 관련해 “패키지에 포함된 문서 중 하나로, 현재 진행 중이고 서명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양국) 국민 간 상호 관광에 대한 합의”라며 “우리는 북한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가장 편안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15~17일 2박3일 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의 신년 인사를 전하며 양국 간 고위급 교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시기는 내달 15~17일 실시되는 대선 이후로 예상된다. 재선에 성공한 뒤 첫 해외 일정으로 방북할 경우, 북러 간 밀착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차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24년 만이자 러시아 정상의 두 번째 북한 방문으로 기록된다. 김일성 집권 시기 9차례, 김정일 집권 시기 4차례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졌는데, 러시아 정상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유일하다.
지난해부터 밀착하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더욱 심화돼 국제사회에 미치는 위협 수위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미 동맹국의 정보 관료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에도 자국 금융기관에 묶여있던 북한 동결 자금 3000만달러(약 400억원) 중 900만달러(약 120억원)를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무기 이전의 대가로 대북제재 위반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한미 등에 돌리는 등 북한을 비호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에서 추가 핵실험이 이뤄질지 여부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펼쳐지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워싱턴과 서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한 통일 문제에 대해 “북한 지도자(김정은)는 2018∼2019년 남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고, 많은 사항에서 남한에 손을 뻗었다”며 “그러나 그가 보여준 선의는 적절한 반응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선대의 통일 업적을 지우고 나선 것을 비호하면서 그 책임을 한미에 떠넘긴 것이다.
그는 “남북 간 경제 협력 관련 합의는 워싱턴(미국)이 반대하고 남한이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제 시간은 지나갔고 되돌릴 수 없다. 적어도 이것이 우리의 북한 친구들이 생각하는바”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