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북대사 “북, 국가 방어 위해 핵실험 결정 가능성” 외무부 국장 “한반도 직접 군사 충돌 가능성 증가”
러, 연일 한반도 위기론…“역내 긴장 외교적 해결” 북, 미 대선 겨냥…러, 우크라 종전협상 이해관계
한미 전직 고위 “北, 전쟁하겠단 결정 내리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러시아가 연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위기론을 띄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러 간 고위급 접촉을 통해 “역내 긴장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상호 입장을 확인한 이래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잦아졌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대표적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된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고, 만약 그들이 점점 더 위험해진다면 나는 북한 지도부가 그들의 국가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도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지난 7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역내에서 도발적인 움직임을 지속한다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었다.
이반 젤로홉체프 러시아 외무부 제1 아주국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해상 포사격 실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쟁 준비’등 위협적인 발언에 대해 “한반도의 직접 군사 충돌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젤로홉체프 국장은 한미 연합훈련 등을 지적하며 “북한은 안보를 지키고 국방을 강화하며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두둔했다.
핵미사일 위협을 자행하며 한반도 위기의 책임을 미국과 동맹국들에 떠넘기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주장으로,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두둔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당국자들이 이를 되풀이하며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해 ‘한반도 위기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를 ‘새로운 전성기’로 평가한 이래 고위급 상호 교류를 지속하고, 나아가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1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양측은 “미국과 그 동맹의 무책임한 도발적 행동으로 촉발된 역내 긴장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상호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해 미국의 대북정책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북한의 전략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언급한 러시아의 입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하능하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협상을 통해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3월 러시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24년만의 방북 등 중대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다. 장한후이 주러시아 중국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방중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중러 3각 협력구도를 만들기 위해 중국을 견인해야 하는 북러의 입장에서는 역내 위기와 미국 등 서방의 책임론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미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실제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공동으로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포럼에서 “북한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확산해 미국 대선에서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려는 의도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봤다.
성 김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북한의 접근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며 “북한은 한국과 전쟁하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전쟁하기로 결정한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로버트 켑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행위가 미국과 동맹에 가하는 위협의 수준에 따라 “세밀하게 조정된”(calibrated) 대응을 추구하고 있으며, 한미일 3국이 북러의 군사 협력에도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