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샐러드·스테이크 소스 등 활용 높아져
카페ㆍ레스토랑의 트렌디한 신메뉴로 출시
김치 수출국 상위 5위권 중 4개국이 서구권
유럽 카페에서 ‘김치 샌드위치’가 신메뉴로 출시되고 있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 카페 ‘이슬라커피베를린’의 ‘김치 샌드위치’ [인스타그램 캡처]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최근 유럽의 핫한 카페나 브런치카페에서 ‘김치 샌드위치’가 신메뉴로 출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김치 샌드위치’의 등장이다. 빵 사이에 김치와 치즈, 계란, 마요네즈 등이 어우러져 있다.
최주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지사 과장은 “유럽에서는 김치를 현지식에 활용하는 레스토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잘게 썰은 김치 또는 김치 소스를 샌드위치·버거에 넣는 사례가 가장 많고, 샐러드나 감자튀김 등에도 김치를 토핑으로 올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카페에서 판매하는 김치 샌드위치는 한국인에게 가장 의외의 조합 중 하나다. 콜라와 함께 먹는 김치 버거보다 커피를 마시는 카페에서 나오는 김치 샌드위치가 보다 낯설다. ‘과연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하지만 빵이 주식인 서구권에서는 밥보다 ‘빵+김치’ 조합이 더 친숙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의 카페 ‘이슬라커피베를린(islacoffeeberlin)’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특별한 레시피로 놀랄만한 메뉴를 개발했다”며 ‘김치 샌드위치’를 소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줄서서 먹는 맛집’으로 통하는 브런치카페 ‘케오피파리(keopiparis)’도 으깬 아보카도와 김치를 조합한 ‘아보카도 김치 토스트’를 내놓았다.
심지어 베이글전문점에서도 김치가 등장한다. 베를린 ‘마샤베이글(.mashasbagel)’에서는 토핑 메뉴중 하나로 김치가 있다. 김치를 베이글 재료로 선택하는 흥미로운 모습이다.
런던 버거집 ‘어니스트버거(honestburger)’는 아예 홈페이지 메인을 ‘김치 버거’로 장식했다. SNS에는 영국 남성 두 명의 김치 버거 시식 영상도 올렸다. 영상 속 런던 남성은 “아삭한 김치가 신선함을, 김치 소스가 깊은 맛을 준다”고 극찬했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김치와 샌드위치의 조합은 환상적”, “당장 가서 먹어봐야겠다” 등 대부분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영국 런던 ‘어니스트버거’의 ‘김치 버거’ 시식 영상(왼쪽), 런던 ‘미란다카페’의 ‘김치 버거’ [인스타그램 캡처] |
유럽에서 김치 메뉴에 활용하는 김치 형태들. (왼쪽부터) 자른 김치·김치 소스·김치 스프레드 [인스타그램·대상 제공] |
김치는 샐러드 메뉴에도 이용된다. 영국 런던의 샐러드전문점 ‘더샐러드키친(thesaladkitchen)’에서는 김치가 샐러드 토핑 재료로 놓여있다. 이 외에도 ‘김치 문어 요리’, ‘김치 팬네 파스타’ 등 다양한 지역 음식과 결합된 메뉴들이 나오고 있다.
파리를 비롯해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 사이에서는 ‘김치 소스’가 트렌디한 소스로 떠올랐다. 스테이크 옆에 김치 소스를 살짝 뿌린 신메뉴들이 출시되는 중이다.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매장 운영자는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이다. 가격도 높은 편이다. 김치 구입이 쉽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 고급 음식점에서 트렌디한 메뉴로 내놓기 때문이다. 파리 ‘케오피파리’의 ‘아보카도 김치 토스트’는 16유로(약 2만3000원), 런던 ‘어니스트버거’의 ‘김치 버거’는 14파운드(약 2만3600원)다.
‘김치 문어요리(왼쪽)’, ‘김치 팬네 파스타’ [파리 OMA 레스토랑·aT 제공] |
파리 ‘케오피파리’의 ‘아보카도 김치 토스트’는 16유로(약 2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케오피파리 홈페이지 캡처] |
미국에서도 새로운 메뉴들이 개발되고 있다. aT LA 지사에 따르면 미국 내 김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류 레스토랑에서도 앞다퉈 김치를 활용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김치 수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2023년 53%)을 차지한 대상 ‘종가’도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을 공략해 김치 스프레드나 김치 파우더(가루) 등의 보급을 늘리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특히 김치 페이스트는 김치향이 나는 잼 형태로 빵에 발라먹기 좋다”며 “김치 페트병을 들고 다니면서 스테이크, 버거, 샌드위치, 바비큐 등에 활용하는 현지인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구권의 김치 활용도는 김치 수출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1위 일본을 제외하고 ▷미국▷네덜란드▷호주▷영국 순으로, 모두 서구권이다. 기존 3·4위를 차지했던 대만·홍콩의 아시아 국가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치 수출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김치 수출량은 4만4041t(톤)으로 전년보다 7.1%, 4년 전인 2019년보다 약 50% 증가했다. 임희영 aT 식품수출부장은 “해외에서 김치 요리가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현지인에게 김치가 친숙해질수록 수출 역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코리아의 리서치 총괄은 “서구권에서 김치는 밀가루 음식에 곁들이는 피클의 한 종류로 여기는 성향이 높다”며 “김치의 요리 활용이 높아지면 향후 김치에 대한 인식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