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가왕’ 윤수현에게 40점 준 마스터의 채점기준이 궁금하다[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누가 이런 점수를 줬어?”

만약 관심법(觀心法)을 쓰는 궁예가 지난 13일 방송된 MBN ‘현역가왕’ 최종회를 봤다면, 마스터(심사위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마지막회에서는 준결승전을 통해 선발된 ‘현역가왕’ TOP10인 마리아, 김양, 강혜연, 린, 별사랑, 김다현, 윤수현, 마이진, 박혜신, 전유진이 결승 1라운드에 이어 가족들이 지켜보는 결승 2라운드 무대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담은 ‘현역의 노래’를 열창했다. 경연 결과 전유진을 제 1대 현역가왕으로 탄생시켰다.

탑10은 이미 수많은 라운드를 통과하고 결승 무대에 오른 현역가수다. 하지만 윤수현은 박경희의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를 실수하지 않고 불렀는데도 최고점 100에 최저점 40이라는 극과 극 점수 차이가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마리아도 최고점 98, 최저점 50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이날 심사에서는 40점, 50점, 60점, 70점이 나왔는데, 모두 동일인이 부여한 점수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결승에 오른 가수에게 거의 낙제점수나 다름없는 40점을 부여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윤수현이나 마리아는 별 흠결 없이 노래를 불렀다. 탑10을 심사위원들이 선발해놓고,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는 느낌이 든다.

'현역가왕'은 심사위원 배점보다 실시간 문자투표 비중(40%)이 더 높아 노래 잘 하는 실력자들이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참가자들에 비해 순위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현역가왕'을 통해 진가가 발견된 박혜신의 성적이 갈수록 내려갔다. '大팬덤 시대'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인기도 실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인기 있는 가수가 노래도 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심사위원이 부여한 점수는 인기와는 별개로 의미가 있다. 전문가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문가가 매긴 점수 폭이 이렇게 크다면 최고점과 최하점은 빼고 나머지 점수로만 심사하는 방법이 있다.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심사는 인정하되, 지나치게 감정적인 점수는 심사에서 제외시킨다는 취지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실제 국가기관이나 공적 기업들이 경쟁 입찰을 할 경우 그런 식으로 채점한다. 그래야 100점을 남발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또한, 심사에 의문이 있다면 얼마든지 불만제기도 가능하며,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심사의 경위를 설명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긴장도가 더욱 올라가야하는데, '현역가왕'은 결승전 최종회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극강의 긴장을 터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밋밋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결승전이 예선전 같았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현역가왕' 남자편을 한다면 이런 점을 감안해, 심사방식 등을 수정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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