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전원 사직” 초강수… 정부도 ‘면허 박탈’ 응대 [종합]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놓인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피켓.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16일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공의들 사이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대응하는 집단 행동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궐기대회에 이어 전공의들도 단체 행동에 나서자,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빅5 병원은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 필수의료 핵심이라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이다.

대전협은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긴급 논의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빅5 병원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전공의가 근무하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 참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박단 대전협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련을 포기하고 오는 20일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며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박 회장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표명한 이후로 의료계에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원광대병원은 전날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3월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에 더불어 의대생들의 집단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의 의과대학 대표 학생들이 오는 20일 동시에 휴학계를 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밤 전국 의대생들에게 ‘휴학계 제출 일자를 오는 20일로 통일해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해 대표자 35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림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휴학을 진행키로 했다. 지난 15일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한림대 의과대학 의료정책대응 TF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림의대 비시위는 “한림의대 후배와 같은 의학의 길을 걷는 전국 의과대학의 학우 여러분, 우리의 휴학이 ‘동맹 휴학’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부탁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과 대립도 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겠다며 엄정 대응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 밝혔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현장에서 집단 행동이 일어나 의료진들이 현장을 이탈하게 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며 “모든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라고 그 면허를 받은 것이므로, 집단행동 독려나 권유, 조장 등은 모두 다 법에 위반된다” 강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지도 확고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명분이 없다”며 의료계 집단 행동 움직임에 대해 자제를 당부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수차례 의료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바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