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1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던 가운데, 일찌감치 사직서를 제출했던 일부 병원 인턴들이 다시 복귀하면서 정부와 병원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주요 병원들은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전공의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직서가 제출되더라도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 병원은 우선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자정을 기준으로 7개 병원에서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에는 서울성모병원 인턴도 포함돼 있다.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곳에서도 하나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빅5 병원은 전공의들이 진료과별로 사직서를 취합해 제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오는 19일이 되면 정확한 사직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턴이나 전공의들이 제출하는 사직서는 진료과장을 거쳐 수련교육부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어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규모도 꽤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병원을 떠나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들이 있는가 하면,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복귀한 젊은 의사도 있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연합] |
서울성모병원은 전날 자정 기준 인턴 5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철회 등으로 인해 실제 제출한 건 47명이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이 복귀 여부를 파악한 결과, 오후 6시30분 기준 사직서를 제출했던 인턴 47명 전원으로부터 복귀 이행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이들 모두 복귀할 예정이다.
전날 서울아산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인턴은 이날 오전 병원에 복귀해 근무 중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은 5명 이내로 알려졌다.
우선 병원들은 19일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규모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일부 병원은 이 기간 진료과별로 전공의들과 최대한 대화해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지는 걸 막는 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현장에 공백이 벌어질 경우 의료대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다. 의사 인력의 34∼46%가 전공의로 채워지는 구조인 탓에 집단사직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병원 차원에서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복지부가 이미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데다, 복지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병원 차원에서 사직서를 수리할 의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2020년에도 전공의들이 그해 8월 무기한 집단휴진과 함께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으나, 그해 9월 정부가 물러나면서 전공의들 모두 복귀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도 있긴 하지만 젊은 의사들의 미래 등 여러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에도 제출된 사직서 대부분이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이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므로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사전에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집단행동 확산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병원 안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을 무작정 말릴 수도 없다는 분위기”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불씨를 키운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