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김택우 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7일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을 공개 지지했다. 정부가 계속해서 겁박할 경우, 협회 차원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뒤 “면허 박탈을 예고하며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이라는 개인 의지를 꺾는 (정부의) 부적절한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속해서 겁박에 나설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대해 동료 의사로서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지지한다”면서 “미래 의료를 걱정하는 의대생의 자발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단 한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미래 의료인력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법률적인 대응에 대한 책임을 비대위가 감당하고 같은 행동(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가 15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 궐기대회를 전국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피켓이 놓여 있다. 임세준 기자 |
비대위는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해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의료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4학년 전공의인 의국장이 의사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며 최근 사직서를 냈는데, 이번 사태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사례가 나오면 이처럼 사직하는 의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비대위는 “의료계 단체 행동의 시작과 종료는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결의했다”면서 단체 행동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날짜를 못박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단체 행동은 하루 휴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한 파업(무기한 휴진)이나 ‘마지막 행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마지막 행동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 전공의들이 여름에 나와서(집단행동을 시작해서) 겨울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또 “정부에 즉각적으로 의대 정원 및 필수의료 확충 패키지 정책을 철회하고 이를 원점에서 논의할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거짓말을 중단하고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거둬들여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일요일인 오는 25일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 개최 시점으로 다음 달 10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택우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39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 대표를 위한 위원 4자리를 마련했지만, 전공의들이 의협 비대위에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