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정원 확대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라고 적힌 어깨띠가 놓여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성명서를 게시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 제도 개편과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다”며 “(정부에)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자료 공개를 거부했으며,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성명서를 공개했다. 대전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 |
대전협 비대위는 또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제껏 이를 외면했으면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의료 마비가 된다고 한다”며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구조가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전공의들을 비민주적인 조치로 탄압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을 전면 철회하고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대전협은 성명서에서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100여명과 함께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박단 대전협 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였지만, 전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