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에 미국인들 ‘경작농지’ 투자 열기

[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에서 농지 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경작지 공급이 제한적인데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며 농산물 가격 급등이 예상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미부동산투자수탁기관협회를 인용해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미 농지 규모가 지난 3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이 보유한 농지 가치도 2008년 18억달러, 2020년 74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66억달러로 급등했다.

미국 경작지의 평균 가치는 그동안 꾸준히 올랐다. 1997년 에이커(약 4046㎡) 당 1270달러에서 지난해 5460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농지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기후위기로 경작지 확장이 어려워 공급이 제한적인데다 인구증가에 따른 농작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현재 약 80억명에서 2050년에는 지금보다 20% 증가한 약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농산물 수요는 60% 폭증할 전망이다.

미국 농지 가격 급등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됐다. 당시 국경이 봉쇄되고 공급망이 흔들리자 슈퍼마켓 진열대가 비었고, 미국 내 농업생산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결정적으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침공하면서 전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2022년 3월 당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9.7포인트(p)까지 치솟다가 지난달 118p를 기록하며 최근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전문 글로벌 인프라 투자업체인 코디언트캐피털의 농업부문 책임자 세드릭 가르니에-랜더리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농지가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며 “농지는 중장기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 자산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도 농지 투자 흐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피에라캐피털 산하의 피에라코목스 최고경영자(CEO) 앙투안 비숑-맥레넌은 “만약 장기적 안목이 있다면 물 공급이 가능한 양질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산운용사인 PGIM은 농지 투자를 시작해 현재 100억달러(약 13조34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제이미 셴 PGIM 농업부문 책임자는 “지난 2년간 농산물 수요와 공급 제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농지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 농지의 대부분은 농민들과 농업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3조4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지 중 95%는 이들이 소유하고 있고, 투자 펀드들은 1~3% 수준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