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부족에 공공·중형병원에 환자 몰린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인 23일 오후 2차 병원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양대학교 한마음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대형병원에 진료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공병원과 중형 규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곳에 상급병원에서 밀려난 외래 또는 입원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오후 공공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환자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인이 지난 21일 급작스러운 장기 출혈로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대학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결국 개인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하루를 버텼지만 이튿날 새벽 끝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위궤양이 너무 심해서 출혈도 있고 신장이 많이 안 좋아 투석까지 받고 계시는데도 입원을 거부당했다”며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을 것이다. 오늘내일하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이게 사람 죽으라는 거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전문의들이 빈자리를 메우는 형편인 강남구의 한 종합병원도 삼성서울병원 등 인근 상급 종합병원에서 밀려온 환자들까지 떠안게 되면서 우려가 적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수술실에 교수님 혼자 들어갈 수는 없고 간호사들도 대신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으니 전문의 2명이 들어가고 있다”라며 “내 수술도 힘든데 당직까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로 외과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나 수술이 밀려서 왔다는 환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외과 교수님들이 그런 업무를 흡수해가면서 하고 있는데 업무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의 파업이 현실화한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접수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공공병원과 중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혼란에 양해를 구하는 문구가 저마다 붙어 있었다.

이날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비상진료 중입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또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에는 ‘병원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시 혼선과 지연이 있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소병원(2차병원)에서는 ‘상태가 심각하니 상급병원(3차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상급병원에서는 ‘받아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뇌졸중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왔다는 B씨는 온갖 병원에 전화를 돌리다 겨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B씨는 “급한 마음에 일단 1차병원에 갔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 겨우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이날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나흘째에 접어들면서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을 최대 50%까지 줄이는 등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23일 복지부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는 총 7038명이다. 복지부는 이 중 5976명에 대해서는 소속 수련병원으로부터 업무복귀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새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40건으로 수술 지연이 27건, 진료 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4건, 입원 지연이 3건이다. 기존에 접수된 149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189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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