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들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특히 ‘시간’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아이가 생기면 육아를 위한 시간이 많이 요구된다. 출퇴근하는 부모의 경우 아침에 바쁜 준비로 시작해 아이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서둘러 맡기고 직장으로 달려가야 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또다시 서둘러야 한다. 이런 정기적인 시간 외에도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예기치 못한 휴가를 써야 하기도 한다. 아이를 돌보면서 직장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유연한 시간 사용이 필요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기에 아이를 기르는 동안 직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육아휴직과 같이 일정 기간 일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제공해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분의 일부는 정부가 지원해 부담을 줄여준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인 자녀의 나이를 만 12세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의 두 배를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 가산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을 하반기에 도입하여 근로자가 눈치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부모와 기업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 먼저 부모는 이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시간압박의 어려움을 해소해 육아와 일의 균형을 이루고, 직장에서 더욱 집중하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 또 장기간 휴직 후 복귀에 따른 어려움을 덜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더욱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한편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여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의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식되어 기업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고 제도 활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제도 사용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직원들이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일과 육아의 양립은 많은 부모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아이 출생 이후 적어도 10년 이상에 걸쳐 돌봄과 육아의 시간이 필요한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더욱 활성화되어 직장에서의 경력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을 느끼는 부모가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데이터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