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와 매출액 30조원을 달성한 쿠팡의 성장 배경에는 높은 고객 충성도와 ‘와우 멤버십’이 있었다. 작년 말 기준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2100만명으로 증가했고,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신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쿠팡Inc이 2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 적용)으로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액은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상품·가격·서비스 전반에 거쳐 고객에게 ‘와우’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의 토대가 됐다”며 “장기적인 주주가치의 기반이 되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은 전 분기(2042만 명)보다 2.8% 늘었다. 활성고객은 매 분기 급증하고 있다. 고객 1인당 매출은 지난해 4분기 41만1600원(312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3% 올랐다. 김 의장은 “가장 오래된 코호트(고객 집단)을 포함해 모든 연간 코호트 지출이 15%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각 연도의 고객집단이 다음 해 지출을 평균 15% 늘렸다는 의미다.
와우 멤버십 회원도 지난해 말 1400만명으로 2022년 말(1100만 명)보다 27% 늘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객에게 최저가의 신규 상품군과 와우 배송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엄청난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사업과 신사업도 고루 성장했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분야의 작년 매출은 30조799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분야의 작년 매출도 1조299억원으로 전년(8113억원)보다 27% 늘었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2021년 3월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
이에 대해 김 의장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위한 이니셔티브에 도전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역량 이니셔티브인 로켓배송 성공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방대한 기술과 프로세스, 지식 등을 활용해 새벽배송과 같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점진적인 이니셔티브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와우 멤버십 효과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사용량도 늘었다. 실제 쿠팡이츠는 와우 할인 프로그램 도입 이후 주문량이 2배 늘었고, 쿠팡플레이는 2022~2023년 한국의 iOS와 안드로이드 모든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랐다.
사업 확장 포부도 밝혔다. 김 의장은 “한국과 대만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낮지만,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특히 “2022년 10월 대만 로켓 출시 이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2배 증가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며 “한국에서 로켓 출시 후 같은 기간 경험한 성장률 등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수한 글로벌 명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파페치’(Farfetch)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의장은 “5억달러를 투자해 40억달러에 달하는 거래액(GMV)을 가진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를 발견했다”며 “이미 발표한 투자금 외에 추가 투자 없이도 파페치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이어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를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경험을 변화시키고 쿠팡의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며 “다만 그런 대화를 나누기엔 이른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쿠팡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국내 유통업계의 전통 강자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모두 앞지른 수치다.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0.5% 증가한 29조4722억원이었다. 신세계건설 부진 여파로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의 별도 영업이익도 27.4% 감소한 1880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5559억원, 5084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