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기, 수출만 회복세…근로·사업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부산항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여력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질 근로소득은 5분기만에 감소 전환했다. 수출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민은 더 가난해진 셈이다.

1일 한국은행이 앞서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1월 수출금액지수는 128.20(2015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5.7% 올랐다. 작년 10월 이후 넉 달 연속 상승했고 상승 폭도 작년 12월(3.2%)을 크게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30.6%), 운송장비(21.4%), 석탄·석유제품(12.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반대로 농림수산품은 1.7% 뒷걸음쳤다.

수출물량지수(126.08) 역시 1년 전보다 17.1%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오름세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26.9%), 석탄·석유제품(23.4%), 운송장비(18.3%)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주로 지난해 초 부진했던 반도체 부문의 기저 효과로 전체 수출 금액·물량 지수가 많이 올랐다”며 “반도체만 따로 보면, 수출물량·금액 지수가 1년 전보다 48%, 55.5%씩 뛰었는데 이는 2020년 2월, 2017년 12월 이후 각 3년 11개월, 6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이라고 설명했다.

2월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524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2월에는 15대 주력 품목 중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성장세다. 2월 반도체 수출은 99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66.7%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7년 10월(+69.6%)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1월(93억7000만달러)보다도 소폭 늘어났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2월 수출은 60억8천만달러로 증가율이 전체 반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108.1%를 기록했다.

수출 경기는 회복하고 있지만, 내수는 상황이 다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소비를 할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23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고작 0.5% 늘었다. 심지어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었다. 2022년 3분기(-0.4%) 이후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실질 사업소득은 1.7% 줄며 5분기째 마이너스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출 경기가 나아져도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기존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수치다.

한은은 보도자료에서 “국내 경제는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약화된 반면,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함에 따라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 전망 당시와 비교해 대외 여건은 개선됐지만, 내수 흐름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판단이다.

한은의 경제전망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6%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2.6%로 각각 예상됐다.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민간소비(1.9%)는 0.3%포인트, 건설투자(-1.8%)는 0.8%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반면, 올해 재화수출은 3.3%에서 4.5%로, 재화수입은 2.4%에서 2.7%로 각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고, 설비투자도 4.1%에서 4.2%로 소폭 높아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수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11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수출 개선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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