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협상 불발…‘라마단’ 기간 전쟁 더 커질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의 한 주택 잔해 속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서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이뤄진 가자 휴전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라마단 전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한 달간 금식 기도에 들어가는 이슬람 라마단 성월 기간 전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카이로에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진행됐지만 하마스 대표가 7일(현지시간) 카이로를 떠나면서 소득 없이 끝났다. 협상 중재를 맡은 미국과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에 협상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측은 대표단을 보내 협상에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그동안 요구한 석방 인질 명단 등을 하마스가 보내지 않았다며 협상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미국은 하마스에 명단 제출을 압박하며 오는 10일시작될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이전에 협상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마스 대변인 지하드 타하는 “이스라엘이 휴전, 실향민 귀환, 침공 지역에서의 철수 약속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회담이 아직 진행 중이며 다음주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최초 6주간의 휴전을 대가로 100여명의 인질 중 40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400명을 석방하는 협상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영구적인 휴전 등을 요구하면서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중재국들이 라마단 전까지 휴전을 촉구하는 이유는 라마단 기간 또다시 갈등이 폭발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으로 행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알아크사 사원은 참배객이 증가하는 라마단 때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빚어졌는데 하마스는 이번에도 충돌을 일으켜 세력을 과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 악화를 노리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성지순례하는 무슬림을 탄압하는 장면을 연출해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휴전 후 공세를 재개하고, 남부 도시 라파로 공세를 확대해 완전한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싸울 계획”이라며 하마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인질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어린이들이 부엌 도구를 들고 식량 배급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AFP]

이처럼 휴전 논의가 정체되면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쟁 장기화와 구호품 전달 지연으로 가자지구에서 굶어 죽는 어린이가 속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 보건부는 팔레스타인인 최소 3만717명이 사망했으며 전체 사망자들 중 여성과 어린이가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서는 굶주린 주민 수백명이 구호 트럭에 몰려들며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115명이 숨지고 76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