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순익이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진했던 해외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은행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7382억원으로 전년(1904억원) 대비 3.8배 성장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해외법인 순이익이 2022년 71억원에서 지난해 1129억원으로 15.9배 폭증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972억 적자에서 49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코로나19 기간 중국 내 봉쇄정책으로 악화됐던 영업환경이 개선된 덕분으로 보인다. 미국 법인들(+141.6%)과 유럽 지역의 핵심인 독일 법인(+14.8%), 홍콩 법인(+37.3%)도 두자릿수로 성장하며 해외 실적을 뒷받침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이 2022년의 4269억원에서 4824억원으로 13.0% 증가하며 순항했다. 해외사업의 핵심인 신한베트남은행이 전년 대비 17.7% 성장한 2328억원의 순익을 올린 데다, 일본(SBJ은행)에서도 8.8%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1270억원의 순익을 기여했다. 미국 법인이 적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카자흐스탄(94억원→687억원), 독일(49억원→102억원) 등 지역에서 크게 성장하며 이를 상쇄했다.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기는 했지만, 적자폭을 2022년 -5580억원에서 지난해 -1114억원으로 크게 줄여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중국 법인이 303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미얀마 법인들도 3871억원 흑자로 돌아선 덕이다. 꾸준한 부실자산 정리로 체질개선 중인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적자폭이 -8021억원에서 -2613억원으로 축소된 효과도 봤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해외 순이익이 25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홍콩(99억원→145억원), 미얀마(19억원→24억원)에서 선전했지만, 우리은행의 최대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684억원→603억원)와 베트남(632억원→597억원), 캄보디아(598억원→252억원)에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후폭풍이 우려되는 러시아의 순익도 32.9% 줄어들었다.
이들 은행은 올해도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수익처를 적극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지주들도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4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고,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에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전체 순이익(12조3217억원)에서 해외 비중은 6.0% 수준이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