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의대 교수들 연대…“15일 사직 여부 결정”

정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회의 집단사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수들의 진료유지 명령 검토 뜻을 밝힌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연대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5일까지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제시한 마지노선(18일)보다 이른 시점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변화가 없자 이번주 내로 시한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대표들은 전날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온라인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서 제출 등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회의 후 자료를 내고 “곧 닥칠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휴학은 현재 가장 시급한 비상사태”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조직하고 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가톨릭대, 제주대, 원광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의대 비대위가 참여한다. 위원장에는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가 선출됐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후 6시께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가하는 대학 규모가 13개에서 19개로 늘면서 늦어졌다.

전국 비대위는 “오는 15일까지 각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서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사직서 제출이 의결된 대학의 사직서 제출 시기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대위의 목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인 의과대학 학생과 수련병원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하여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비대위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5일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합의한 사직서 제출 예정일보다 사흘 당겨진 것이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최후통첩’에도 정부가 원칙적 대응을 고수하며 꿈쩍하지 않자 전국 의대 교수들이 연대해 이번 주 내로 결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정부는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전공의들에게 했던 것처럼 현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중대본에서 지난 11일까지 병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5556명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송부했다며 “잘못된 행동에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4일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회의를 통해 의대생 동맹휴학과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도 환자 곁을 떠난 가운데, 교수들까지 집단사직할 경우 의료 현장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국 의과대학 학생 단체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대화 참여 의사를 요청한 기한이 이날로 다가오면서 대화 성사 여부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의대협 대표가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 학사운영 정상화와 학생의 학습권 보호에 대해 같이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대협은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한 원점 재논의가 없는 한 교육부와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에도 교육부는 의대협으로부터 답장을 받지 못해 현재까지는 의정갈등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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