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유튜버 박은수 씨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다.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대 청각 장애인 유튜버 박은수 씨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에 신청했지만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찍었던 '노출 화보'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애인 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10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박 씨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지원해 당선권 내 최종 후보자로 추천됐는데,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레 최고위원회의 의결 과정에서 부결됐다는 문자 통지를 받았다"며 "그 결과 오늘 발표된 민주당 비례대표 추천 후보 20인 중 여성·장애인·청년 분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전언에 따르면 대표님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부문의 국회의원 후보자로 의결하자는 의견을 제안했으나 내부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최종적으로 부결 처리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부결 이유를 전달받지 못했기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도 "검증 과정에서 질의 내용을 기반으로 추측해봤을 때 작년 11월 16일 저녁, 수능 시험 종료 이후 업로드 했던 저의 포스팅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씨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속옷과 가슴 일부가 노출된 모습으로 보청기를 낀 사진을 올리며,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씨는 "장애인 크리에이터로서 SK와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 10월쯤 많은 난청인에게 보청기가 더 이상 부끄러움이나 결점의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여겨지도록 청각장애인 가족이 있는 촬영 작가님과 컨셉 협의를 통해 촬영을 진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16일 수능을 치른 수험생 구독자분들께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중도 장애로 새로운 인생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저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고자 촬영했던 화보 사진과 함께 격려 메시지를 올렸다"며 "다음날인 11월 17일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화보 사진과 저의 보청기 화보 사진을 함께 올리며 세계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 포스팅을 확인하게 돼 사진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 질의했고, 세계적인 장애인 인식개선의 일환이며 장애인 크리에이터의 역할이었다는 내용의 소명을 전달했다. 추천관리위원회에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돼 최종 당선권 후보자로 추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러나 그 이후로 저로서는 최고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후보자 추천이 갑작스레 부결된 사유에 대해 소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박 씨는 "저는 당으로부터 선정적이라고 평가받은 저의 보청기 화보 사진이 장애인 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로서의 결격사유가 됐다고 할지라도 이 화보 사진을 찍고 공개한 것은 장애인 여성들의 세계적인 인권 운동 중 하나이자, 장애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행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저의 화보 사진의 선정성의 이유로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 "객관적인 절차와 평가, 검증 과정을 통해 추천된 후보에게 선정성이라는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과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청년의 표현에 대한 검열"이라며 "이 선례는 앞으로 민주당에서 출마하는 여성, 청년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과거에 바다 프로필과 같은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를 한 적이 있다면 공천 결격 사유라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60만명의 등록장애인, 장애인 가족 1060만명을 대변하고 국민의 절반인 여성과 청년을 대변할 여성·장애인·청년 국회의원은 꼭 필요하다"면서 "후보자로 추천됐던 부분, 최고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전 당원 투표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