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재고 감소 소식과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1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러시아 정유시설 피격 등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도 6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는 등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안으로 수도권·대도시 중심으로 자영 알뜰주유소 40곳을 추가로 선정하기로 했다. 또, 국제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불법행위 단속 등 석유·천연액화가스(LPG)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가용한 정책을 모두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이날 서울 만남의 광장 주유소와 액화석유가스(LPG)충전소를 잇따라 찾아 일선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업계에 ‘가격 안정’을 당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79.72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16달러(2.8%) 상승했다.
앞서 거래를 마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2.11달러(2.6%) 오른 배럴당 84.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하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첫째 주(3월3일~3월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ℓ)당 1639.1원으로 직전 주 대비 3.7원 올랐다. 지난 1월 말 상승 전환한 뒤 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최고가인 서울 지역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2.1원 상승한 리터당 1718.9원을, 전국 최저가인 대구는 전주 대비 1.9원 상승한 리터당 1610.2원을 기록했다.
상표별로는 알뜰주유소가 리터당 평균 1609.5원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으며, GS칼텍스가 1648.0원으로 최고가였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가는 리터당 1540.1원으로 직전 주 대비 3.0원 상승했다.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6주 연속 오름세다.
이에 산업부는 석유 가격 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조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국제유가의 국내가격 반영도 점검을 위한 회의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또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불법 이력이 있는 1600여개 주유소 대상 특별점검도 실시 중이다.
또 LPG 가격안정을 위한 조치도 시행중이다. 정부는 LPG에 부과되는 관세를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기존 3%에서 0%로 인하했다. 업계도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국제 LPG 가격의 상승에도 지난 4개월 동안 국내 LPG 공급가격 동결 등 국민 물가부담 완화에 동참하고 있다.
산업부는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연내 자영 알뜰주유소 40여개를 추가 선정하고, 농어촌 지역의 LPG 배관망 구축사업도 기존 군·마을 단위에서 읍·면 단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정부는 물가안정을 민생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석유·LPG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면서 “정유·LPG 업계가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