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맵단·단짠’ 요즘 한식, 왜이리 달아졌지?

한식 레시피에 단맛 증가

“전통 한식은 재료 본연의 맛 즐겨”

[123RF]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설탕을 이만큼 넣습니다. 그래야 더 맛있어져요.”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한식 레시피에는 ‘설탕’이 포함돼있다. ‘여기에도 들어가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나물 무침을 비롯해 잡채에도 설탕을 넣는다.

특히 매콤한 음식에는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다. 닭도리탕, 김치찜을 비롯해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이 대표적이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비빔국수나 골뱅이무침도 그렇다.

달콤짭조름한 조리에도 설탕 함량이 많다. 갈비찜, 불고기 같은 고기 양념부터 각종 생선조림와 같은 음식들이다. 요즘 한식 밥상은 일명 ‘맵단(맵고 단)’ 또는 ‘단짠(달고 짠)’이 지배한다.

임상영양전문가인 김형미 연세대학교 임상대학원 객원교수는 “한식이 최근 다양한 요리법, 특히 튀김·매콤달콤·새콤달콤한 요리에 접목되면서 설탕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영양학적 균형도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슈가보이’로 불리기도 했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영향을 지목하기도 한다. 그는 과거 tvN 방송에서 된장찌개에 필요한 재료로 설탕을 꼽으며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면 텁텁한 맛이 잡히면서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던 전통 한식과 달리 최근 한식의 맛은 점점 달아지고 있다. 사진은 김치말이국수(왼쪽)과 갈비찜. [123RF]

요식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으나, 이미 한국인은 달콤한 한식에 길들여진 상태였다. 식당에서는 설탕을 빈번히 사용하며,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도 알고보면 ‘단맛’이 숨겨진 음식이 많다. 오히려 설탕이 빠진 한식엔 ‘맛이 밋밋하다’, ‘맛이 없다’는 평이 나오기 일쑤다. 시중에 판매되는 각종 간편식이나 양념들도 영양성분표를 확인해보면 당류 함량이 꽤 높은 편이다.

문제는 점점 달아진 한식의 맛이 ‘천연당’ 보다 ‘첨가당’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당류는 밥, 과일, 채소, 우유 등 자연식품에 들어있는 천연당과 설탕처럼 단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첨가당으로 구분된다. 설탕을 비롯해 매실청이나 물엿, 잼, 시럽도 모두 첨가당이다.

임경숙 이사장은 “전통 한식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많이 달아진 것은 설탕이 대중화된 이유도 있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설탕 값이 저렴해지고 누구나 쉽게 구하게 되면서 한식 사용량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간식 및 음료를 통해서도 첨가당을 다량 먹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김형미 교수는 “요리에 과도하게 들어가는 설탕도 문제인데, 식사 후 단 음료와 디저트까지 먹는 습관은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첨가당의 과잉 섭취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며,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지방으로 전환돼 비만과 각종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한식은 이처럼 달게 만들지 않았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전통 한식은 조림보다 무침을 즐겨 먹어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리법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나물을 들면서 “나물 본연의 향을 살리도록 간장, 참기름을 살짝 넣고 무치는 등 우리 조상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겼다”고 했다. 이어 “단맛이 필요할 때는 조청을 활용해 은은한 단맛만 살렸다”고 덧붙였다.

고기 조리법도 달지 않았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단맛이 강한 지금의 불고기 양념과 달리 너비아니, 설하멱적과 같은 우리의 옛날 고기구이는 꿀이나 조청을 살짝만 넣었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는 ‘당류 줄인 밥상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한식의 설탕 소비를 덜기 위해 가급적 양념을 줄여 조리하는 방식을 권한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로 단맛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김 교수는 “양파, 무, 단호박, 과일 등 천연재료로 단맛을 대체하고 표고버섯과 같은 버섯류로 풍미를 높이면 당류를 줄이면서 요리 품격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저당’ 한식 레시피의 보급도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당류 줄인 밥상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관련 요리 책자(우리 몸이 원하는 삼삼한 밥상)도 홈페이지나 인터넷(교보문고)에서 무료 제공한다.

임경숙 이사장은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전통 한식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레시피가 다양하게 개발·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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