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전방위 압박…“동맹과 반도체장비 서비스·부품 수출 통제 협력”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애리조나 주 챈들러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찾아 패트릭 갤싱어(왼쪽) 인텔 최고경영자(왼쪽)와 휴 그린(오른쪽) 공장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력업체 제재까지 검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동맹국들과 함께 반도체 제조 장비 뿐만 아니라 중국에 이미 수출한 장비에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의 판매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21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맹국들이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 미국 기업과 동맹국 기업 간에 “동등함(parity)”을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그레그 스탠턴 하원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 전에 중국에 수출된 장비의 서비스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부품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았으며 우리 동맹들도 동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미 보유한 반도체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미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그리고 이 장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을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사한 수출 통제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중국에 관련 서비스와 부품을 판매할 수 있어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해 왔다.

공화당의 앤 와그너 의원이 상무부가 동맹국들을 어떻게 압박하고 있냐고 묻자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동맹국들을 압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동맹과 협력하며 그래서 동맹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동맹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이 동맹들과 워낙 많은 대화를 나눠 항공사 마일리지를 엄청나게 쌓고 있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네덜란드와 일본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도입한 것을 언급한 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더 있다. 부품의 문제가 있으며 이것은 다른 국가들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날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은 앞으로 다른 국가의 기업도 관련 서비스와 부품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동맹국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에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수출 통제 시행 전에 중국 업체에 판매한 반도체 장비에 대해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촉구하고, 일본 정부에는 일본 기업이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앞서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자국 기업들이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막은 뒤로 네덜란드와 일본에 비슷한 수출 통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했으며 두 국가가 수출 통제를 시행한 뒤에는 한국에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외교위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품목과 지원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더 단속하기 위해 핵심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 현장에서도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사례 중 하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이런 선상에서 동맹과 파트너가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위협을 인식하고 반도체와 다른 신흥기술과 관련된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법 체계를 통해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어 고무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협력업체 제재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가 인수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은 다수의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체를 제재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대상에는 전력 반도체와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생산하는 칭다오 시엔, D램 생산업체 스웨이슈어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업체 시캐리어와 펑진 등이 포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야망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또다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은 레거시(저가형)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을 견제 중이다.

미국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를 통해 중국산 저가형 반도체의 사용 현황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아울러 유럽연합(EU)과 손잡고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의존도 조사와 향후 지속적인 정보 수집 및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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