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각 사 제공]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나란히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지난 1년간 각자의 경영 철학에 따른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한·우리금융 모두 지난해 실적이 소폭 줄어든 가운데, 올해는 내적 성장에 이은 순이익 향상 여부가 금융수장 리더십 평가의 주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옥동 회장, 고객·디지털에 방점…‘1위’ 탈환은 숙제=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오는 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진 회장의 첫 성적표라고 볼 수 있는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4조6656억원) 대비 6.4%(2976억원) 줄어들었다. 이에 2022년에 거머쥐었던 리딩금융 왕좌를 실적 성장세를 보인 KB금융(순이익 4조6319억원)에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진 회장이 지난 취임 1년간 장기적 성장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우선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취임 당시부터 ‘고객 중심 정도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손익을 비교하며 1등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에 사랑받는 ‘일류 은행’이 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소비자보호부문(CCPO)을 신설했다.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맡았던 소비자보호를 확대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신한금융은 지난 6월 금융위가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9개 계열사에 책무구조도 선제적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먹거리’ 부문에서는 디지털과 해외 부문에 방점을 찍고 기반 작업을 이어왔다. 진 회장은 애플리케이션 ‘신한 슈퍼쏠(SOL)’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각 계열사를 통합한 ‘슈퍼앱’ 작업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한 슈퍼쏠은 한 달 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신한금융 디지털 영업이익은 2조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가량 급증했다.
해외 진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진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이어 6·9·10월에 연달아 유럽 지역 IR 등에 참석하며 글로벌 사업 학대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4824억원으로 은행권 중 가장 높았다.
▶임 회장, 조직·기업문화 혁신…증권·기업금융으로 실적 반등하나=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또한 오는 24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이 지난 1년간 조직문화 등 각종 분야의 ‘혁신’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임 회장은 취임 후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여기에 자회사 대표가 참여토록 해 인사·조직문화·내부통제 등 분야에서 혁신 과제를 만들었다.
우선 임 회장은 내정자 시기부터 ‘지주는 전략, 영업은 자회사’라는 경영방침을 토대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총괄 사장제를 폐지하고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4단계 검증방식의 은행장 선임 절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비은행 실적 향상을 위한 기반 형성에도 나섰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 그룹 내 자산운용사의 통합을 추진했다. 아울러 소형 증권사 ‘포스증권’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우리종금과 합병해 증권업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 하락세는 타 금융지주에 비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를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진 해라고 평가하며, 올해는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성과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중소 기업금융 특화 지점 ‘비즈프라임센터’를 개설했다. 2027년까지 기업대출 자산 규모를 100조원가량 늘려,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자산관리 분야 성장 기틀도 닦고 있다.
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