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 등 글로벌 식품기업 ‘슈링크플레이션’ 주도 논란

개리 필닉 켈로그 최고경영자(CEO). 최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주로 아침 식사로 이용되는 시리얼이 저녁 식사로도 괜찮다면서 생활비 부담이 있는 가구에서는 이미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뭇매를 맞았다. [미국 CNBC 방송 갈무리]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전세계가 고물가로 신음하는 가운데 글로벌 식품 회사들의 꼼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위해 식품회사들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택하고 있어서다. 서양인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시리얼을 비롯해, 부활절에 선물하는 이스터 에그의 크기가 줄어 소비자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서민 저녁식사’라며…시리얼의 배신
[로이터]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호주 디킨 대학교 연구원들이 2019년과 2024년 현재 켈로그 시리얼 24종을 분석한 결과, 주요 제품 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면서 100g당 단가는 최대 82.1% 상승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달 개리 필닉 켈로그 최고경영자(CEO) 발언 논란으로 시리얼 가격을 분석하기 위해 이뤄졌다. 지난달 필닉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생활비 부담이 있는 가구에서는 “저녁 식사로 시리얼을 먹는 것이 생각보다 더 유행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필닉이 지난해 고정 임금 100만달러와 성과급 400여만달러를 받아 총 급여만 500만 달러(약 67억)넘게 챙긴 억만장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판 앙뚜아네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작가 메리언 윌리엄슨은 “가난한 이들에게 저녁으로 시리얼을 먹으라고 광고하는 것은 이들의 굶주림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얻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캘로그 시리얼은 제품 용량은 감소해 사실상 가격이 오르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적합한 음식이 아니었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술타나 브란 상품의 경우 2019년 850g의 시리얼이 들어있었으나, 2024년에는 700g으로 150g 감소했다. 반면 가격은 전보다 올라 6달러에서 9달러로 인상됐다. 가디언은 “제품 100g당 단가가 0.71달러에서 1.29달러로 82.1% 상승했다”며 “조사 대상 제품 중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부활절 앞두고 초콜릿도 작아져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상점. [로이터]

제품 용량이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크게 오른 제품도 있었다. 크런치 너트 제품의 경우 가족용 팩 용량은 30% 감소했으나, 최근 5년 사이에 가격은 6달러에서 10달러로 급등했다. 다른 제품인 프룻트 룹스 팩 크기도 용량이 40g 감소한 데 반해 가격은 10달러로 인상됐다.

반면 시리얼의 영양소 함량은 한끼 식사 대용으로 부족했다. 크리스티나 조바스 디킨대학교 영양사는 캘로그 제품에 설탕이 많다며 “(시리얼이) 끔찍한 저녁 식사는 아니지만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사는 아니다”며 “설탕으로 가득 찬 제품을 한 상자에 10달러에 구입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캘로그 측은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 압력의 영향으로 인해 일부 제품의 무게를 줄였다”고 해명했다.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을 겪고 있는 건 켈로그뿐만이 아니다. 2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초콜릿 회사들을 소개했다. 최근 코코아 가격이 올해 들어 2배 이상 뛰면서 일부 제조사는 초콜릿 제품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초콜릿에 다른 재료를 넣는 것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피하고 있다.

인플레 예민한 시민들 슈링크에 분노
[게티이미지뱅크]

소매 데이터 회사인 리앱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 인상으로 올해 부활절 초콜릿 달걀의 크기가 줄었다. 마스 밀크 초콜릿 달걀은 252g에서 201g으로 20% 감소했고, 트윅스 밀크 초콜릿 이스터 에그는 246g에서 200g으로 줄었다. 네슬레 이스터 에그도 226g에서 188g으로 감소했다.

리앱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활절 초콜릿 달걀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60만 개 이상 감소했다”며 “인플레이션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바구니 물건을 담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국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거세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최근 미국 슈퍼볼 기간 백악관 유튜브에 “미국 대중은 속는 것에 지쳤다”며 “슈링크플레이션을 충분히 겪었으며 (그들이 책정한 금액은) 바가지 요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식품 회사들이 아이스크림 용기를 줄이거나 포장지 안에 스낵 양을 기존보다 적게 넣는 행태를 비판했다.

마스는 초콜릿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비난에 시달리자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스니커즈 싱글과 쉐어바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CNBC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제품 크기에 예민해졌다며 “지금 소비자들이 이 같은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경우 (제품 크기 변화 등) 이러한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대표 캐릭터인 쿠키 몬스터가 X(엑스, 옛 트위터)에 식품회사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비난한 글. [엑스 갈무리]

지난 5일에는 미국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대표 캐릭터인 쿠키 몬스터도 엑스(X)에 물가 인상을 하소연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싫어요. 쿠키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이제 쿠키를 두 배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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