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vs. 1조5000억원’. 쿠팡과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각각 향후 3년간 국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중국계 이머커스가 막대한 자본으로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가운데 전통 강자 쿠팡이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였다. JP모건은 2026년까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을 중심으로 한 토종 이커머스와 알리익스프레스를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쿠팡이 내세운 전략의 중심에는 ‘전국민 무료배송’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보다 2배 많은 투자비를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전국을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6년까지 경상북도 김천, 충청북도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도 추진한다.
쿠팡은 이미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물류 인프라를 키워왔다. 실제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국내 물류에 투자한 비용만 6조원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곳 이상의 물류센터를 세우며 쿠세권을 늘렸다.
쿠팡은 쿠세권 확대로 지방소멸 위기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 로켓배송을 시행한 폐광촌 강원 삼척 도계읍이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에는 대형마트가 없어 지역민들이 장을 보려면 30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에는 한 달에 5000건 이상의 주문량을 기록하고 있다.
신규 풀필먼트센터(FC)와 배송망 확대로 고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 전체 직원(6만 명 이상) 가운데 청년(19~34세) 비중은 2만명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 전략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의 상생 차원에서도 쿠세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사업계획서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는 청사진을 밝혔다. 연내 2억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