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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폴넷 캡처]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범죄 현장, 범행 도구에 남은 지문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곤 한다. 경찰의 과학수사기법이 발전하면서 발견된 지문 하나로 주민등록 국민 지문 데이터베이스(DB)에서 특정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쉬워졌지만 여러 명의 지문이 겹쳐 찍혀 있는 경우에는 누구의 지문인지 각각 판별이 불가능해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겹친 지문을 층별로 분리해 파악하는 일 역시 조만간 가능해질 예정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총 2년 6개월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겹친 지문 신속 분리 시스템’이 내년도 본격 도입을 위해 구매 예산 확보에 나섰다. 본청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 기능에서 2년간 실증을 통해 현장적용성을 강화한 데 이어 상용화 단계에 나선 것이다.
일명 감식반이라고 불리는 과학수사경찰관이 지문을 채취하는 과정은 지문 감식용의 미세한 가루를 물체의 표면에 묻혀서 지문을 드러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셀로판테이프를 붙여서 지문 패턴을 떼어낸 뒤 이를 흰 종이에 붙여 채취를 완료한다. 사람 피부의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기름 성분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떼어낸 지문이 한 사람의 것일 때는 경찰의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Automatic Fingerprint Identification System)에 입력해 전국민의 열손가락 지문과 일치 여부를 신속하게 판별해낼 수 있지만, 여러명의 지문이 겹쳐있을 때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겹친 지문에도 찍힌 선후(先後)관계는 존재한다. 먼저 찍힌 지문과 나중에 그 위로 찍힌 지문의 층(Layer)을 구분할 수 있다면 여러 개의 지문을 각각 AFIS에 입력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이 발표한 연구성과에 따르면 10초 이내에 겹친 지문을 서로 떼어내 3차원 시각화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경찰은 공개데이터에서 특정인 A와 B의 지문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겹친 지문을 만든 다음 AI가 이를 제대로 떼어내 판별할 수 있도록 학습을 시켰다. 미리 답을 알고 있으니 AI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지도가 가능하다.
과학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은 “AI 학습에는 ‘참값’이 중요하다”며 “자동차번호판 인식 AI를 학습시킬 때도 마찬가지인데, 예를들어 번호판을 1㎞ 밖에서 한 번, 500m 밖에서 한 번, 100m 밖에서 찍어서 거리에 따라 숫자가 어떤 모양으로 사진이 찍히는 지를 학습시키면 추후 실제 사건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번호를 AI가 읽어내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문 수사의 발전으로 살인, 강도 등 중요 미제사건 해결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겹친지문 신속분리 기법을 비롯해 사이버수사·과학수사 기법을 해외 선진국에도 전수한다. 이달 말부터 경찰청 차원에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 수사관들을 약 두 달 간 파견해 현지 경찰에게 수사기법을 전수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독일 등 선진국에 가서 배워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초청을 받아 역으로 수사기법을 가르쳐주는 날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