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방카슈랑스채널 철수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21년 만에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채널에서 철수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에서는 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해 판매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반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저축성보험 출시도 예정돼 있어 향후 보험사 매출 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할 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상품에 대해 관리만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주로 저축성보험을 팔다보니 수익성이 안 맞아 축소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실적 중 손해보험사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다수다. 소비자는 전국에 퍼진 은행지점에서 간편하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도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사업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방카 비중이 줄어드는 건 보험업계에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의 영향이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주요 이익 지표로 부상했고, 보험사들이 CSM 쌓기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 상품은 장기계약으로 구성됐지만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군으로 인식된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규모가 크고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 쏟아야 할 노력도 커진다.

보험연구원은 “IFRS17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의 부채로 편입되며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가 이뤄지므로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적립금 부담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고객이 직접 저축성보험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방카슈랑스 신규 매출이 지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서비스가 개시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비자들이 친숙한 플랫폼에서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 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유동성 확보’가 목적인 일부 생명보험사는 방카를 통해 저축성 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가입 혜택을 제공하면서 저축성 보험을 일시납으로 계약해 목돈을 챙기기 위함이다. 서지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