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영업 계약 종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과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한다고 9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그간 영풍과 아연을 비롯해 주요 품목에 대해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계획이다. 향후 원료구매와 제품판매는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 및 계약을 통해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비철금속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해 원료수급과 제품판매에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아울러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어 당사는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당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려아연은 외신 등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풍과 함께 체결한 3자 공동계약으로 인해 공급 감소에 따른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이 존재하는 점도 계약 종료 결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업체가 늘어나고 서로 경쟁하면서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기업 간 경쟁 촉진으로 사회적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고려아연이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종로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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